대구은행 투자금융센터 장활언 차장. 그는 요즘 은행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대구시내 골목을 누비고, 경북도내의 농촌마을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니는 때가 더 많다.
그가 하는 일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사업의 장래 사업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 업무. 불과 지난해까지만해도 대구시내 신규 아파트 신축사업이 주업무 영역이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시골을 찾아다니며 골프장 개발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도심지 주유소 등을 허문 뒤 복합상가로 탈바꿈시키는 일을 모색하느라 더 바빠졌다.
은행이 '신수종(新樹種)'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적인 방법의 예금·대출로는 더 이상 이익을 올리기가 어려운 탓이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던 '아파트 시장'이 최근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융단폭격을 맞으면서 은행의 신수종 모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사업을 기획하라!
대구은행은 PF를 통해 경북 고령군의 골프장 건립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 골프장의 장래사업 계획을 보고 약 200억 원 안팎을 골프장 개발사업자에게 빌려주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
대구은행은 또 대구 수성구 시지택지지구내 주유소 부지를 복합상가로 개발하는 사업에도 참여중. 대구은행은 이미 이 개발사업에 150여억 원을 빌려줬다.
대구은행은 이밖에 다른 지역에서도 상가와 골프장 개발 등의 사업 참여를 검토중이다.
대구은행 경우, 올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PF 대출규모가 지난해의 60~7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이어지면서 아파트를 지어봐야 사업성이 없는데다 올해부터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게 되면서 땅주인들이 위축, 은행PF팀이 참여가능한 아파트 건축사업이 크게 힘들어졌다는 것.
실제로 대구은행의 지난해 부동산PF 실적 5천억 원 가운데 절반인 2천500억 원이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실적이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양도세 실거래가 부과를 의식, 땅주인들이 지난해말 무더기로 '움직인' 탓. 결국 올들어서는 아파트를 짓는 PF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정.
대구은행은 기업M&A, BTL사업(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임대해서 쓰는 민간투자방식)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대구은행은 지난해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과정도 참여했으며, BTL사업의 경우에도 지난해 18건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올해엔 더 많은 시장확보에 나설 방침.
대구은행 투자금융센터 송성윤 부장은 "기업도시개발, 해외부동산개발, 펀드 참여 등 새로운 블루오션(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향해 적극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전국적으로 1조~5조 원 가량 아파트 PF사업을 벌였던 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올해 아파트 관련 PF시장이 지난해보다 절반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신수종 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천500억 원 규모의 신규 PF사업을 벌였던 농협 대구지역본부는 올해 아파트 PF시장이 지난해보다 30%~40%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재건축시장 진입과 상가개발 등에 나설 방침이다.
◆새로운 손님을 찾아라
요즘 은행권 학자금 대출 창구에는 '선물 준다'는 게시판이 나붙어있다. 예전같으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고맙다."며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섰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은행이 "돈 빌려가줘서 고맙다."며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을 위해 한아름 선물까지 준비하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대구은행 경우, 1학기 학자금 대출자중 인터넷을 이용해 대출을 했거나, 자동화기기·폰뱅킹·인터넷을 사용, 등록금을 내는 사람들 중 103명을 추첨, DMB와 US드라이버를 준다.
농협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면 29명을 추첨, 2천만 원 상당의 노트북, 해외배낭여행권,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를 준다.
하나은행도 학자금대출을 받는 학생 261명을 추첨,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또 학자금대출을 받은 학생이 체크카드를 신청하면 인터넷뱅킹 및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도 올해 말까지 면제해줄 예정.
은행들이 선물 공세까지 벌이면서 학자금 대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미래 고객 확보' 때문이다.
젊은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통해 은행과의 첫만남을 가지게된다는 점에 착안, 각종 이벤트를 동원해서라도 학자금 대출 고객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은행들의 생각.
정일경 농협 대구본부 홍보과장은 "농협이 시중 은행 가운데 학자금 대출 선물 총액이 가장 많을만큼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통해 은행을 알게 되고, 결국 그 은행의 장기고객이 될 수 있는만큼 학생들을 잡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한편 대구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은 예금·대출 마진에서 탈피, '비이자 수익 확대'를 공통의 영업목표로 삼고 방카슈랑스를 비롯, ▷펀드 ▷환전·송금시장 ▷카드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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