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漢(후한) 시대의 걸출한 역사가인 班固(반고'32~94년)의 여동생이자 그 자신 뛰어난 학자였던 班昭(반소'?~116년)는 당시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선각자적 여성이었다. "여자는 모르는 것이 덕"이라던 고대 사회에서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반소가 말한 여성교육은 男女有別(남녀유별)의 유가적 사유체계 안에서 현모양처라는 기본틀에 맞추기 위한 교육이었다.
◇여성이 갖춰야 할 품성과 도리를 쓴 '女誡(여계)'에서 반소는 모름지기 여자란 '여자다운 마음씨', '여자다운 말씨', '여자다운 몸가짐', '여자다운 솜씨' 등 4가지 덕행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똑똑해서도, 달변이어서도, 외모가 너무 아름다워도, 솜씨가 보통 수준을 넘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저 남편의 그림자처럼 조용히 사는 것을 덕 있는 여자라고 보았다.
◇반소의 4가지 婦德(부덕)은 그간 유교권 사회의 중요한 여성 지침서였다. 이처럼 강요된 부덕 중 조상제사와 가문의 대 잇기를 위한 아들 출산은 여성에게 주어진 최대 의무였다. '多子多福(다자다복)' 관념이 말해주듯 아들을 많이 둘수록 복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반면 딸만 낳은 여자는 제사상의 향불을 꺼뜨린 죄인이 돼 시름겨운 일생을 살아가야 했다.
◇우리사회도 과거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아들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국정홍보처가 발표한 '한국인의 인식'가치관'은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 현상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30대의 59.0%가 '자녀를 한 명만 가져야 한다면'이란 질문에 '남녀 상관 없다'고 답했다. '남자아이' 선호도는 1996년 40.4%에서 2001년 31.2%, 2006년 24.8%로 계속 줄어든 반면 '여자아이' 선호도는 같은 기간 9.8%에서 10.9%, 16.1%로 늘어났다. 30대 경우 여아 선호도(21.0%)가 남아 선호도(17.0%)를 앞질렀다.
◇아들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댁 가족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받아야 했고, 심지어 내쫓기고 이혼까지 당하기도 했다. 아들 낳느라 줄줄이 딸을 낳아 칠공주, 구공주를 둔 가정들도 적지 않았다. 그토록 뿌리 깊던 아들 선호 관념이 신세대층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앞에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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