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롯데 영플라자'라는 공룡

연초부터 대구 의류업계가 비상이다. 8월 중구 국채보상로 주변에 들어설 매장 3천여 평 규모의 '롯데 영플라자'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두 개점을 제외한 두 개 향토 백화점은 물론이고 패션 몰·아울렛, 재래시장의 아동의류매장까지 2003년 2월 롯데 백화점 대구점 개점 소식에 이어 또 한번 '롯데'라는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는 반응이다. 특히 2002년 이후 매년 매출신장세를 이어오다 지난해를 넘기면서 어느 정도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아울렛 업체들은 더욱 긴장하는 눈치다.

의류업계가 '롯데 영플라자'를 두고 긴장하고 있는 것은 롯데쇼핑이 운영주이기 때문.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주력기업으로 유통업계의 골리앗이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킬 경우 대구의 영캐주얼시장 장악은 시간문제. 더욱이 '롯데 영플라자' 대구점의 개점 첫해 매출목표가 1천 억 원으로 대구 전체 의류시장(2조 원)의 5%에 이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파는 업체가 많다보면 양질의 제품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시장원리를 떠올리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롯데 영플라자'의 출점을 단순히 옷파는 업체·점포 간 신경전으로 보기보다는 소비자, 대구시민들 자신의 문제라는 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롯데백화점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두 개점의 지난해 매출은 무려 5천 억 원대. 그만큼 하나의 유통업체를 통해 빠져나간 지역 자금 규모가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의 3대 백화점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지만 지역민과 소비자들에 대한 편익제공과 배려는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에 비해 약하기 그지없다. 상품권만 봐도 대구·동아백화점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시내 곳곳의 레스토랑과 음식점, 미용실 등에서도 사용가능토록 한 데 반해 롯데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서도 롯데는 해외브랜드 수입을 하면 서울 본점과 대구점에 우선 입점시키는 방법으로 매출증대를 꾀하고 있다고 백화점 측은 공공연하게 말한다. 롯데도 대구시민을 봉으로 보는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주택시장에 이어 의류시장까지 서울에 송두리째 내줄 경우 지역민들은 지역의 의(依)와 주(住) 가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001년 이전 대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300만 원대였지만 롯데건설 등 서울의 건설업체가 진입, 브랜드를 내세워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높인 결과 지난해엔 평당 1천 만 원을 넘긴 상태다. 수요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들(서울업체) 끼리 분양가 높이기 경쟁을 한 결과가 아닌가! 소비자들이 브랜드만 앞세운 대형업체들의 농간에 놀아난 결과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다.

'롯데 영플라자'는 해외 신규브랜드를 들여와 영캐주얼 의류시장 구도를 바꾸겠다고 벌써부터 큰소리다. 청소년들에게 해외고가브랜드 의류를 공급하는 창구기능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만만찮은 부작용과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황재성·경제부 차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