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로봇 선진국 꿈꾸는 일본

최근 일주일간 포항지능로봇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의 로봇산업 현황을 둘러보고 왔다. 일본 열도에는 이미 로봇열풍이 불고 있었다. 어린시절 만화로 보았던 아톰, 1970년대 두발로 움직이는 로봇 개발에 이어 2000년대 혼다의 휴먼로이드 로봇 아시모(ASIMO) 개발로 이어지는 일본의 로봇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은 2050년 'World Robot Cup'를 개최, 월드컵 우승팀과 로봇이 축구경기를 펼쳐 로봇이 이길 수 있는 수준의 기술개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도요타 전시장이나 공항에서 트럼펫을 불며 상품을 홍보하는 로봇, 차 생산라인에서 조립·용접하는 로봇들, 노인들의 말벗용으로 판매되는 장난감 로봇, 공공시설을 안내하는 도우미 로봇 등 일본 곳곳에서 로봇을 만날 수 있었다.

토교, 오사카, 나고야 등지는 로봇산업의 중심지였다. 오사카에서는 2011년까지 로봇산업 벤처기업을 유치, '로봇시티'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이미 부지를 구입해 놓은 상태였다. 도요타시 도요타 홍보 전시관에는 도요타사가 개발한 로봇이 첨단 자동차를 홍보하고 인근 나고야 공항에서도 매일 4차례씩 공연을 하면서 첨단기술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고야에서는 지난해 10월 로봇 연구개발, 정보교류, 교육, 판매를 담당하는 종합 전시체험관인 로봇뮤지엄을 개관했다. 로봇 역사관, 도서관, 체험관, 판매 전시관으로 구성돼 로봇칼리지, 로봇기획전, 로봇 쇼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었다.

일본 전문가들은 2010년이면 로봇이 본격적인 산업화단계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소니, 혼다, 마쓰시타, 미츠비시 등 많은 기업들은 개인용 로봇시장에 대비해 기술개발에 열 올리고 있었고 특히 소니의 경우 지능형 연구소를 세워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로봇에 적용될 수 있는 정보 및 콘텐츠, 디자인, 보안서비스 제공 및 관련 엑세서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고령화사회 진입과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로봇의 역할 확대, 로봇 선진국을 지향하는 정부의 과감한 예산투자, 만화 아톰과 같은 폭넓은 로봇문화 저변, 대학과 대기업의 로봇 테크놀러지 연구역량이 맞물려 일본 로봇 비즈니스는 우리 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였다. 아직 로봇은 연구개발 단계로 기업에서 기술수준을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관 위주의 서비스 제공과 로봇연구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점, 투자회수 기간이 길어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점은 걸림돌로 보였다.

하지만 일본 로봇산업 관계자들은 이미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전략을 짜고 있었다. 일본 만화로 로봇을 접했던 전 세계 40, 50대를 겨냥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었다. 로봇하면 일본을 떠올리게 하고 첨단 이미지를 팔아 로봇산업을 주도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로봇연구소, 대학, 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로봇 개발과 함께 로봇뮤지엄을 통해서 전 세계 연구자들과 네트워킹하고 잠재 고객을 잡기위해 일본만의 로봇이미지와 로봇 신문화를 전략적으로 메이킹하고 있었다.

송경창·경북도 과학기술진흥팀장(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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