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주영은 "서울에서 '청송꿀사과'라고 적힌 상자만 봐도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청송은 그의 소설의 요람이다. 소설 는 그의 고향인 진보장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요일인 28일은 마침 진보 5일장(3, 8일)이 서는 날이었다. 대형마트 등장으로 이젠 시골사람들도 재래시장을 외면하고 있지만 그래도 진보장터에는 옛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특히 어물전은 인근 울진과 강구의 해산물이 집산되는 곳이어서 그런지 면단위 장터치고는 꽤나 규모가 컸다.
한겨울의 추운 날씨 탓인지 장꾼들 발길은 뜸하다. 산나물과 양미리 등을 이고 나온 시골 할매들이 오늘은 별 재미를 못 본 듯 외지 장꾼들을 붙든다.
서울에서 내려온 관광객들이 처음엔 낯선 장터 풍경에 어색해하다가 이내 익숙하게 흥정을 시작한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보다 더 헐한 진보장터 인심을 깨닫는 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줄에 2천 원에 양미리를 샀고 쥐콩과 메밀 등 무공해 농산물을 검은 '비니루봉다리'(비닐봉투)에 담았다. 진보 할매는 한됫박이나 되는 검은 콩을 쥐어주면서 한웅큼 더 청송인심을 담았다. 진보장은 아직 시골장터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남아 있다.
조선 경종 때 축조된 저수지인 주산지(注山池)는 계절 따라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주촬영지라는 점에서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눈쌓인 주산지 겨울풍경은 연인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 보고싶은 사람이 찾아가도 좋은 곳이다.
'청송사과'가 전국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은 청송의 독특한 기후와 토양 때문이다. 연평균 13℃의 일교차와 소나무바람, 맑은 물, 250m 이상의 산지라는 조건이 만들어낸 것이 김주영이 자랑하는 청송사과다.
청송에만 있는 것은 또 있다. 전통옹기를 만드는 '오색점토'다. 오색점토는 청송에서만 난다.
옹기장 이무남(68·청송 진보) 씨는 제대로 된 전통옹기를 빚을 수 있는 흙을 찾다가 청송에 정착했다. 지난 1997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25호로 지정된 옹기장 이씨는 59년째 전통옹기를 고집하는 외길인생을 살고 있다. 그의 진보옹기체험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한나절 전통옹기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옹기는 '숨쉬는 자기'로 주부들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 씨는 철저하게 수작업으로 전통옹기를 만들고 있다.
청송에서 옹기장 이 씨와 그의 세 아들이 옹기를 빚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이 씨는 시중에서 시판되고 있는 옹기 대부분이 인체에 유해한 납성분을 함유한 유약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전에 예약하면 옹기체험은 가족단위로도 가능하다.
주왕산을 가보지 않고 청송을 다녀왔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주왕산 트레킹'은 걷는 즐거움을 새롭게 인식시켜준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청정무구 그대로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왕산을 오르는 길은 환상적이다. 대전사(大典寺)에서부터 제3폭포까지는 왕복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어린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다.
대전사를 지나자마자 독경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바로 왼쪽에 있는 작은 암자 '백련암' 방문 앞의 댓돌 위에 털신 한 켤레가 놓여있는 게 보인다. 폭포로 올라가다가는 진나라 부활을 꿈꾸며 주왕산에 은거하다가 적군의 화살에 맞아 운명을 다했다는 곳이라는 전설을 담고 있는 '주왕굴'을 들렀다 오르는 것도 괜찮다.
청송에는 미술관도 있다. "첩첩산중 시골마을에 미술관이 있다니!"라며 신기해하던 관광객들이 전시실을 둘러보다가 놀란다. 아담한 규모지만 아이들과 둘러보는 재미는 꽤나 쏠쏠하다. 폐교된 신촌초등학교 교사를 개조한 미술관이라서 그런지 1, 2층 전시실을 오르내리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중국도자기전시회와 야송 이원좌 화백의 작품전시 외에 복도에서도 조각전이 열리고 있어 색달랐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청송 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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