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삐 풀린 車보험료…다음달 또 오른다

10년 넘게 무사고운전을 하며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얘기를 귀에 달고 살았던 A씨. 40% 할인보험료로 S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있던 그는 이달 자동차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같은 회사의 견적을 받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해 39만7천820원이던 보험료가 소폭 내렸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무려 10만 원 가량 오른 49만5천410원이 나왔던 것. 불과 1년새 보험료가 24.5%나 올라버렸다.

그는 무사고 운전경력이 1년 더 늘었는데 보험료는 오히려 25%나 늘어난 것을 보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자동차보험료가 '고삐풀린 망아지'다. 자고나면 오른다는 말이 딱 맞을만큼 최근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장기무사고 보험가입자의 할인도달기간을 이달부터 늘려 장기무사고 운전자들에 대한 보험료를 올린데 이어, 다음달부터 자동차보험료도 올릴 예정. "우리가 봉이냐"는 운전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싸구려 손님은 가라(?)

보험소비자연맹(회장 유비룡·www.kcif.org)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이달부터 장기무사고운전자들의 최대할인율 도달기간을 연장, 차보험료를 전년에 비해 최고 25%까지 인상하면서 보험가입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손해보험사들이 장기무사고 운전자의 할인도달기간을 연장, 현행 7년에서 12년까지 순차적으로 늘려나가 보험료가 계속 인상된다는 것.

보험소비자연맹 집계에 따르면 L손보사에 지난해 35만6천420원을 지급, 차보험을 가입했던 B씨는 이달 갱신보험료를 뽑아봤더니 41만9천860원이 나와 17.8%나 보험금 부담이 증가했다. H해상에 지난해 30만5천170원을 주고 차보험에 들었던 C씨 역시 올해 34만5천960원이 찍힌 갱신 계약서를 받아들어 지난해보다 13.4%나 더 비싼 보험료를 낸 경우.

손해보험사들은 장기무사고운전자들에 대한 보험료 인상과 관련, 싼 보험료를 내는 장기무사고 운전자들이 내는 교통사고 빈도가 증가하면서 장기무사고 운전자들의 손해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30, 40만 원 정도의 저렴한 보험료를 내는 장기무사고 운전자들이 사망사고를 내면서 1억 원을 훨씬 넘는 보험사 부담이 생긴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소비자연맹 측은 방만한 사업비집행 등에 대한 보험사들의 절감 노력이 부족한 마당에 사고발생률이 적은 장기무사고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인상은 상식에 어긋난 것이라며 즉각 보험료 인상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보험료, 다음달 또 올라

손해보험사들은 이어 자동차보험료 인상폭과 일정을 확정, 다음 달 11일 제일화재를 시작으로 3월 초까지 회사별로 줄이어 다시 보험료를 올린다.

대형사들은 5.0~6.0%, 중소형사와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은 4.8~7.5% 수준에서 전 차종 평균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예정. 자동차보험료는 지난해에도 2차례나 올랐다.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삼성화재는 다른 보험사의 인상폭을 감안, 1/4분기 중 적정 수준에서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업계는 3월쯤 5% 이상 보험료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LIG손보는 5.5%(2월15일), 동부는 5%(2월21일) 인상한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일단 타사 동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음달 6%정도 올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소형 및 온라인 업체들도 ▷제일화재 7.5%(2월11일) ▷메리츠화재 6%(2월15일) ▷흥국쌍용화재 6% 내외(2월20일) ▷그린화재7.3%(2월21일) ▷한화손해보험 4.8%(2월28일) 등의 수준으로 보험료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대한화재는 2월말 5~5.6% 수준에서 보험료를 인상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인상폭은 확정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은 6.2%(2월26일), 다음다이렉트는 5.8%(3월3일), 하이카다이렉트는 7%(3월 초) 수준에서 보험료를 올린다.

홍성태 손해보험협회 대구지부장은 "손해율이 해마다 증가, 적정수준인 72%를 초과한데 이어 현재 80%를 훌쩍 넘었다."며 "손해보험사가 보험료 1천 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800원 넘게 쓴다는 결론인데 이는 완전히 적자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5%로 전월인 10월(77.6%)에 비해 5.90%포인트 늘었으며 지난달 손해율도 11월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손보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대책은 없나?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국회가 법을 제정해 자동차보험료의 무분별한 인상을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며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자율화를 막는 법안 제정을 지난해 추진했지만 보험사들의 반발로 무산, 보험료가 마구 올라가는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제정을 통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보험료 심의 기구가 만들어져야하며 이를 통해 적정한 보험료 인상 가이드라인이 설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또 "금융감독당국이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또다시 보험료 인상때문에 주머니를 더 털어내야하는 서민들의 목소리보다는 보험사들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금융감독당국이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 고삐풀린 자동차보험료에 대한 점검에 나서야한다."고 했다.

한편 손해보험협회 측은 "보험료 인상은 금융감독당국의 엄격한 검증을 통해 이뤄지고있으며, 결코 보험사 임의대로 인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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