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밤, 야식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야식, 군침을 돌게 만들지만 몸에는 해롭다. 바쁜 일상에 쫓겨 아침을 거르거나, 점심을 대충 때우는 사람일수록 야식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하루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저녁에 몰아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의학자들은 이런 경우를 '야식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이라고 한다.
#야식, 넌 유죄야!
당뇨병 환자 최모(45) 씨는 하루 중 저녁 이후 먹는 양이 하루 섭취량의 60, 70%에 이른다. 아침과 점심에는 각각 300~400kcal를 섭취하고, 저녁 이후엔 무려 1천500~2천kcal를 섭취하고 있다. 하루 동안 그에게 필요한 열량 1천800kcal를 훨씬 넘어선 양이다. 이런 식사 습관 탓에 혈당 조절과 비만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지만 정작 최 씨는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야식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저녁 시간 이후에 몰아서 먹는다는 데 있다. 인류 역사에서 하루 세 끼가 문화로 자리 잡은 데는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면 몸에 문제가 생긴다. 식사를 통해 섭취한 열량 가운데 에너지로 쓰고 남은 분량은 내장과 간 등에 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한정훈 한내과 원장은 "하루 세 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 지방이 덜 축적된다. 하지만 아침, 점심의 식사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야식을 포함한 저녁 늦은 식사는 섭취량이 많고, 운동량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체내 지방을 많이 만들게 된다."고 지적한다.
야식을 하면 소화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들기 때문에 위장장애가 나타나고, 아침엔 식욕 감퇴로 식사를 거르게 된다. 그러면서 부족한 열량을 저녁에 과다하게 보충하려고 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이런 식사 습관은 위장장애는 물론 당뇨병, 복부비만,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 나아가 관상동맥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밤사이 위액이 올라와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고, 수면시간을 뒤로 미뤄 만성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밖에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절반 정도로 줄고,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감소한다.
#야식증후군이란?
야식증후군은 1955년 스턴카드 박사가 처음 만든 개념이다. 보통 오후 7시 이후 식사량이 하루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고 일주일에 3일 이상 밤에 자다가 깨거나 먹지 않으면 잠들이 어려운 증상을 보인다. 비만 인구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서는 야식증후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의학 잡지 '비만연구'(Obesity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정상 체중인 사람의 0.4%, 비만인구의 9, 10%, 치료가 잘 안 되는 중증 비만인구의 51~64%가 야식증후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왜 사람들은 야식의 유혹에 약할까? 야식증후군은 스트레스, 우울, 불안, 자신감 상실 같은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야식증후군을 스트레스에 의한 식이장애로 보고 있다. 곽호순 곽병원 원장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폭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밤 시간에 많이 먹는 경향을 보인다."며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조절되지 않아 음식을 먹어도 충만감을 못 느끼게 된다."고 했다.
◇ 야식증후군 극복 가이드
#스스로 밤에 많이 먹게 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비율을 2:4:4로 유지하라.
#하루 마지막 음식 섭취는 오후 8시 이전에 끝내라.
#오후 8시 이후에는 주로 저칼로리, 저당분 음식을 먹어라.
#잠은 늦어도 자정 전부터 오전 7시까지 자도록 하라.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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