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테니스 황제 페더러의 남은 길

로저 페더러(26·스위스) 이전에 세계 남자 테니스를 평정했던 피트 샘프라스(35·미국)는 31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성기때 페더러와 대결했다면 아마도 이겼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샘프라스가 라이벌 의식을 드러낼 정도로 페더러의 실력은 당대를 넘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페더라가 얼마전 끝난 호주오픈대회에서 무실세트로 우승을 거머쥐는 동안 자신의 이름을 경기장 명칭으로 사용할 정도로 호주의 테니스 영웅이었던 로드 레이버(69)는 페더러에 대해 "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드 레이버는 1962년과 1969년에 각각 4개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그랜드 슬램을 두 차례 달성한 선수로 추앙받고 있다. 그랜드 슬램은 지금까지 3차례 기록됐을 뿐이다.

스포츠 호사가들과 테니스 팬들은 샘프라스의 말과 레이버의 논평이 아니더라도 페더러의 연승 행진을 지켜보며 그가 사상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된다. 날카로운 서브, 강하고 정확한 스트로크, 실수가 적고 흠 잡을 데 없는 테니스 기술, 냉정할 정도로 뛰어난 경기 운영 등 페더러는 상대 선수가 왜소해 보일 정도로 탁월한 실력으로 우승 트로피를 수집해왔다.

페더러가 전성기 시절 강력한 서비스와 스트로크로 코트를 지배했던 샘프라스와 맞붙는다는 상상은 매우 흥미롭다. 페더러는 샘프라스가 은퇴하기 1년 전인 2001년 윔블던대회 16강전에서 딱 한 번 만나 풀세트 접전 끝에 당시 1인자였지만 노쇠 기미를 보였던 샘프라스를 3대2로 물리쳤었다.

사상 최강의 테니스 선수를 거론하는 데에 비요른 보리(52·스웨덴)가 빠질 수 없다. 비요른 보리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세계 1인자로 군림했다. 윔블던대회를 4연패했고 1980년 US오픈에선 무실세트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비요른 보리와 비슷한 시기에 어깨를 겨루었던 지미 코너스와 존 매켄로(이상 미국), 이후의 스테판 에드베리(스웨덴), 보리스 베커(독일), 이반 렌들(체코), 안드레 아가시(미국) 등 숱한 정상급 스타들이 뒤를 이었지만 보리와 샘프라스, 페더러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페더러는 현재 157주 연속 1위를 달리며 지미 코너스의 160주 연속 1위 기록을 조만간 갈아치울 태세이고 현재 10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14개의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우승한 샘프라스의 기록도 넘어설 전망이다. 샘프라스가 보유한 통산 286주 1위 기록을 넘어설 지도 관심거리이다.

페더러의 아킬레스 건은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한 점. 그가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면 하드 코트가 없던 시절의 로드 레이버가 기록한 그랜드 슬램보다 더 의미있는 기록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아직 한창인 페더러가 벌써부터 '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그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누구도 가기 힘든 테니스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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