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만원권은 앞면의 세종대왕만 유지했을 뿐 배경이 바뀌었다. 먼저 자격루와 용포 무늬가 사라졌다. '만원' 글자의 배경은 '불휘기픈'으로 시작하는 용비어천가 제2장이다. 아래쪽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조선 임금의 상징이며,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그림. 해,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 폭포 등이 그려져 있다. 뒷면 경회루는 조선시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를 펼쳐놓은 위에 혼천의(渾天儀)와 반사식 광학천체망원경을 배치했다. 크기도 바뀌었다. 지난해 선보인 오천원권을 포함해 신권의 세로 크기는 68mm로 똑같다. 다만 가로 길이가 천원권은 136mm, 5천원권은 142mm, 만원권은 148mm로 6mm씩 차이가 난다.
새 천원권도 퇴계 이황 선생 초상이 유지됐을 뿐 앞뒷면 그림은 바뀌었다. 앞면 보조소재는 투호에서 성균관 내 명륜당과 매화로, 바탕그림은 관복 흉배무늬(사슴)에서 창호무늬로 바뀌었다. 뒷면은 도산서원 전경에서 겸재 정선이 그린 '계상정거도'로 바뀌었다. 퇴계선생이 도산서당에서 저술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바탕그림은 퇴계 선생의 철학이 집약된 '천명신도'가 사용됐다.
지폐는 컬러프린터로 찍어내듯이 한번에 제작되는 게 아니다. 새 만원권도 평판인쇄부터 시작해 실크스크린, 홀로그램 부착, 요판 및 활판 인쇄 등의 인쇄공정을 거쳐 최종 완성품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위조방지가 강화됐다는 뜻. 새 만원권에는 무려 21가지에 이르는 첨단 위조방지장치가 적용됐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비밀들부터 하나씩 짚어보자.
1. 앞면에 은빛으로 빛나는 사각형이 홀로그램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과 숫자 '10000', 4괘가 나타난다. 독도도 선명하게 보인다.
2. 뒷면 오른쪽 '10000'은 보는 각도에 따라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광반사 특성이 서로 다른 특수잉크를 사용했다.
3. 앞면 아래쪽 짙은 녹색부분을 눈높이에서 비스듬하게 기울여보면 감춰진 문자 'WON'이 드러난다.
4. 육안으로는 거의 볼 수 없고 확대경으로 식별 가능한 여러 종류의 미세문자가 앞면 4곳, 뒷면 4곳에 배치돼 있다. 세종대왕 오른쪽 옷깃 아래 부분에 한글 자모음이 있고, 일월오봉도의 붉은 해 속에는 '10000'이 있다. 또 혼천의 맨아래 둥근 테두리에는 'BANK OF KOREA'가 빼곡이 새겨져 있고, 천체망원경 오른쪽 여백에는 '10000'이 물결무늬로 새겨져 있다.
5. 앞면에 세로로 쓰인 '10000' 옆에는 빛에 비추면 드러나는 숨은 은선이 있다. 형광처리된 얇은 플라스틱 띠에는 '한국은행 BANK OF KOREA 10000'이 바르게 또는 아래위가 반대로 번갈아 인쇄돼 있다.
6. 앞면 왼쪽 여백에는 '10000'이 돌출은화로 새겨져 있다. 용지두께 차이를 극대화해 빛에 비춰보지 않아도 식별된다.
7. 앞면에 한글로 된 '만원' 부분을 빛에 비춰보면 어두운 막대 3개와 밝은 막대 2개가 교차해 나타난다.
8. 앞면 왼쪽 여백에는 세종대왕 초상이 인쇄된 인물 초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난다.
9. 세종대왕 초상, 혼천의, 문자와 숫자 등을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10. 앞면 한국은행 글자 왼쪽의 동그란 화살표 무늬를 빛에 비춰보면 뒷면 그림이 겹쳐지면서 태극무늬가 완성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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