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전경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다들 제각각이다. 사랑에 목을 매기도, 자식을 보살피느라 본인의 인생이란 어디로 흘러가는지 신경쓸 겨를이 없기도, 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한다.

전경린의 소설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은 나를 버렸다가 타인과의 사랑으로 인해 거듭나고, 결국 자신에게 회귀하는 혜규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소설의 주된 줄거리는 혜규의 험한 인생역정과 결국은 진정한 사랑의 힘을 통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담담히 세상과 마주한다는 이야기다.

소설속에서 시종일관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혜규였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노인성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였다. 평생을 남편에게 억눌려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아오다, 삶의 끝자락 이제는 노인성 우울증에 걸리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어머니. 그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이사이, 네 자식들의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며 말없이 등만 쓰다듬는다.

부서진 사랑에 평생을 헤매인 큰아들 혜도, 자신의 인생에 오점을 용납할 수 없어 이혼해달라고 애걸하는 남편을 죽을 힘을 다해 부둥켜 안고 사는 혜진, 바람핀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차마 가정을 버릴 용기가 없어 마음만 졸이고 사는 막내딸 혜미, 그리고 가슴에 한 가득 상처를 담고 있지만 말로 꺼내놓지 않는 혜규까지. 그 속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어머니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가끔은 철학자 같은 말을 툭툭 던져놓았다.

작가 특유의 '마녀성' 논란을 새삼 꺼내고 싶지는 않다. 그냥 이 소설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의 형태들'을 보여주고 있을 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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