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짓말 하는 아이...'다그치면 역효과'

#빤히 보이는 아이들의 거짓말

피아노 연습이 너무 싫은 8살 윤영이(가명). 한 곡을 연습하고 포도송이 하나를 색칠해야 하지만 연습이 너무 싫은 나머지 몇 번 하지 않은 채 30개의 포도송이를 까맣게 칠해버렸다. 엄마가 밖에서 듣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채. 화가 난 엄마는 "너 왜 연습 제대로 하지도 않고 이렇게 해 놨어? 어린게 속이는 것만 배워가지고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라고 언성을 높였고, 결국 윤영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럴 땐 이렇게

"윤영아, 포도송이가 다 칠해져 있네. 30번 다 연습한 거 맞아?"

"어."

"근데 엄마가 밖에서 들어보니까 4~5번 밖에 소리가 안들리던데 어떻게 된 걸까? 엄마가 잘못들은걸까?"

"엄마, 그게…."

"엄마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해 볼래? 윤영이가 피아노 연습하는게 싫은가 보구나."

"엄마 사실 나 피아노 연습하는게 정말 하기 싫어. 피아노레슨 그만 받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윤영아, 다른 친구들 피아노 잘 치는거 보면 부럽지 않아? 너 지난번에 동네 지민이 언니는 '엘리제를 위하여' 친다고 너도 그rj 치고 싶다고 그랬었자나. 조금만 참으면 윤영이도 그렇게 잘 칠 수 있을텐데 엄마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드네. 어때, 조금만 참고 계속해 볼래? 윤영이가 정 하기 싫다면 엄마는 억지로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리고 윤영이가 하기 싫은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는 엄마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돼. 오늘 같은 경우에는 윤영이가 '엄마, 나 피아노 연습 하기가 너무 싫어요.' 이렇게 말하는게 좋았겠지?"

#거짓말이 아니랍니다. 욕구의 표현이죠.

순수하고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뭘까? 박용진 진스마음클리닉 원장은 "일단 아이들의 어떤 말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하는 거짓말의 대부분은 '진실'은 아니지만 남을 속이고자 하는 '의도'는 없는 말들이다. 도덕성이라는 것이 성인만큼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 잘못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무심결에 나오는 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 거짓말 했지? 거짓말 하면 돼, 안돼?"라고 다그치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그르칠 수 있는 잘못된 방법이다. 어른의 잣대로 '거짓말'이라고 낙인찍어 놓고 닥달을 하게 되면 아이는 정말 '거짓말쟁이'가 돼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속아주라는 말은 아니다. 거짓말을 한번, 두번 묵인해 주다보면 아이는 '아, 이럴때는 거짓말이 통하는구나. 난 너무 똑똑해'라고 생각하고 거짓말이 습관화 될 수도 있다. 특히 남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발뺌을 하는 등의 거짓말, 또래의 환심을 사기 위한 거짓말 등을 자주 하는 아이는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도저히 거짓말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구나',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구나'라는 것도 아이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박 원장은 "아이의 거짓말은 심리상태를 표출하는 행동패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화가 나는 것을 참고 가장 먼저 아이가 어떤 심리에서 이런 이런 말을 둘러대는지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원인을 세가지로 분류했다. 불안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그리고 상황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거짓말을 한다.

부모는 혼내기에 앞서 아이의 말들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상황을 하나 하나 따져나가다보면 아이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대로 말을 털어놓게 된다. 이 때 아이의 불안과 요구를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수용해 주고, 사랑과 안정을 준다면 아이의 거짓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는 말이기 때문에 상황 설명을 통해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시간도 필요하다. 아이와의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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