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뚱 기우뚱' '흔들 흔들'
옆에서 보면 별거 아닌것 같은데 막상 다리위에 서니 강 건너까지 아득히 멀어 보인다. 빨리 건너고 싶지만 혹시라도 떨어질까봐 조심스럽다. 중심 잡기에 바쁘다. 바람이 세게 불면 다리도 함께 흔들린다. 강 가운데에 다다르면 옆으로, 아래위로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낀다. 구름다리와 비슷하다.
외나무다리와 섶다리는 잠시 쓰는 다리다. 추수가 끝나는 가을에 만들어졌다가 물이 불어나는 이듬해 여름에는 휩쓸려 떠내려간다. 여름철에는 그냥 바지를 둥둥 걷고 건너면 되니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환경친화적인 시설이라고 할까. 강을 낀 마을에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장소다.
◆추억의 외나무 다리=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실제 사용되는 외나무다리와 섭다리는 전국에 몇군데 남아있지 않았다.
영주시 문수면 수도(水島)리. 마치 물위에 떠있는 섬처럼 보인다고 해 무섬마을이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서천이 만나 마을 앞을 휘감아 삼면이 모두 물이다. 콘크리트 다리가 서 있지만 200m 아래에 외나무 다리가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어릴때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니던 추억 때문에 2년전에 놓았지요. 예전과는 다른 모양이지만 그런대로 멋이 있어요." 김한세(69)무섬전통마을보존회 회장은 "1980년대 콘크리트 다리가 생기기 전만 해도 집집마다 다릿발 2개, 상판 1개씩을 할당했다. 마을 주위로 3개의 외나무다리가 있었는데 각각 농로, 통학로, 장길로 쓸 정도로 용도가 달랐다."고 했다.
다리는 길이 3m에 너비 20cm의 통나무 50여개로 만들어져 있는데 건널 때면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 비하면 고속도로 같지요." 김선광 이장(67)은 "그때는 지게짝대기 2개를 묶어 상판으로 썼기 때문에 너비가 10cm도 채 되지 않아 다른 동네사람들은 건너다 물에 빠지기 일쑤였다."고 했다. 요즘은 마을사람들이 물 건너 논에 일하러 가거나 이웃마을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위해 건너 다니고 있다.
예천군 보문면 신월1리에도 외나무다리가 있다. 면사무소에서 나지막한 산을 넘어 꼬불꼬불 길을 가다보면 자그마한 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에 내성천이 흐르는데 강 너머에 논도 있고 축사도 있다.
주민들이 도끼로 나무를 쪼개고 끌로 구멍을 파 만든 다리다. 볼품은 그리 없지만 손으로 만든 탓에 정감이 있다. 다리 너비가 10cm도 채 되지 않아 긴 짝대기를 짚어가면서 중심을 잡고 건너야 한다. 주민 이창진(70)씨는 "매년 11월말에 다리를 놓았다가 이듬해 3월말쯤 다리를 걷어낸다."면서 "예전에는 나무를 한짐 지고 건너다 바람이 불면 물에 풍덩 빠지곤 했다."고 회고했다.
강물이 휘돌아가는 것으로 유명한 예천군 개포면 대은2리 회룡포 앞에도 임시 다리가 있다. 일명 '뽕뽕다리'다. 건축용 철판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10여년전 군청에서 놓은 다리인데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휩쓸려 내려가고 가을에 또다시 놓기를 반복한다.
주민 이문길(62)씨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회룡포의 경치가 훼손될까봐 콘크리트 다리를 놓지 않았다."며 "좀 불편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오토바이도 다닐 수 있는 큰 길이다."고 했다. 이곳을 건너다니지 않으면 4km가 넘는 산길로 돌아가야 한다. 이들 3곳의 다리는 내성천이 빚어낸 풍경이다.
◆요즘은 관광용으로=강원도에는 오지마을이 많다. 산 사이로 강줄기가 굽이치면서 제대로 된 길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섶다리가 유독 많았다.
섶다리('섶'은 땔감을 의미하는 우리말)는 Y자 모양의 나무를 거꾸로 뒤집어 다릿발을 세우고 그위에 낙엽송으로 만든 서까래에 소나무 가지와 흙을 다져 만든 나무다리다. 가장 유명한 것이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의 섶다리다. 상류 200m 위쪽에 콘크리트 다리가 있지만 판운2리 주민들이 특산물인 메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신영준(56)이장은 "매년 10월말쯤 마을청년 20여명이 나무를 다듬고 구멍을 파고 흙을 얹어 다리를 완성한다."며 "3일동안 함께 모여 일하고 술 마시면서 화합을 다진다."고 했다. 다리를 건너면 푹신한 흙의 감촉과 아래위로 흔들리는 율동에 기분이 좋아진다.
주천면 주천리앞 강가에도 지난해까지 섶다리 2개가 있어 쌍섭다리로 불렸지만 지난 여름 장마때 떠내려가고 다시 세워지지 않았다.
작가 이효석의 고향인 평창군 봉평면에 가도 나란히 서 있는 섶다리와 나무다리를 볼 수 있다. 콘크리트 다리 바로 옆에 있는데다 튼튼하게 만들어져 그다지 큰 매력은 없다. 매년 9월에 열리는 '메밀꽃 필 무렵:효석 문화제'에서 자연체험장으로 사용된다.
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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