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벤처투자로 40% 이자" 수백억대 '경제 사기' 판친다

신종 경제 범죄가 대구를 강타하고 있다. 부동산, 벤처 투자 등을 미끼로 한 수백 억 원대 경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이에 경찰은 경제 범죄 특별수사팀 발족까지 계획하고 있다.

지난 31일 대구 동구 신천동 한 투자 회사 사무실. 중년 남성에서부터 손자를 업은 60대 할머니까지 100여 명이 모였다. 대구 성서공단 모 전자 업체에 투자한 뒤 투자자들에게 매주 수당을 주던 이 회사 대표가 벌써 두 달째 수당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 투자자들은 이날 회사 대표가 '돈이 없다. 모든 책임을 지고 경찰에 자수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오자 이곳에 모였지만 회사 대표와 간부들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한 투자자는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젊은 양반도 당했나 보네, 10억을 당했다."며 하소연했고, 2억 7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다른 사람은 "피눈물이 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본사를 비롯해 포항, 부산, 서울 등 전국 8곳에 영업소를 둔 이 회사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대구·경북 200여 명을 포함, 무려 2천여 명. 투자자들은 "피해 금액만 100억 원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사는 100만 원을 투자하면 140만 원, 1억 원을 투자하면 1억 4천만 원 등 원금에 40%의 고이자를 쳐 주고 20주에 걸쳐 매주 20분의 1씩 나눠주는 수법으로 삽시간에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첨단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투자 대상 벤처 공장 견학까지 병행했다.

하지만 벤처 대표는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투자계약서를 통해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연말까지 30억 원을 투자하겠다던 회사가 10억 원 투자 이후 중단해 지난해 11월부터 유통 회사를 바꿨고, 납품 대금 5천만 원까지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투자 대상 벤처회사는 업체 명예를 훼손한 투자 회사에 지난달 31일 '더 이상 우리 이름을 팔지 말라'는 내용 증명을 보낸데 이어 경찰 고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도의적 책임을 지고 투자자들의 현금 피해를 주식 지분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벤처 투자 회사는 동대구역 일대를 중심으로 10곳 안팎이 성업 중이다. 주가가 계속 오르던 1, 2년 전부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젊고 유망한 전자 벤처 업체들과 '투자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일반인들을 끌어들이는 이름 모를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 투자자들은 "이런 회사들은 처음엔 꼬박꼬박 높은 수당을 주다가 결국 돈을 갖고 튀는 전형적 다단계 수법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지만 이자율이 높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대구 본사보다는 서울, 부산 등지의 영업소들이 주류"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구경찰청은 이같은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경제 범죄 특별 수사팀'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실제 대구에서 최근 3년간 경찰에 붙잡힌 경제 사범만 3만 1천294명에 이르고, 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것. 수성경찰서가 지난해 "대구시내 재개발 지역 경매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면 나중에 큰 차익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유혹해 투자자 15명으로부터 200억 원을 받아 챙긴 변호사 사무장 김모(38) 씨를 1년째 쫓고 있는 등 최근 아파트 붐을 타고 부동산 사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종문 대구경찰청 수사2계장은 "경제범죄가 계속 늘고 수법 또한 교묘해져 이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전문 수사체계 마련을 위해 6명으로 구성된 경제 범죄 전문 수사팀을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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