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동자승 말씀이…' 소설가 문형렬

바람이 몹시 부는 추운 날. 동자승이 나무 불상을 태웠다.

탁발 나갔던 주지 스님이 아연실색해 동자승을 나무란다. "요놈, 못된 놈아! 아무리 추워도 그렇지. 부처님을 장작개비로 만들어 아궁이에 쑤셔 넣다니!" 그러나 동자승이 부지깽이로 타고 있는 장작 속을 헤집는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느냐?" 그러자 동자승이 대답한다. "지금 사리를 찾고 있어요."

동자승은 정말 사리를 찾았을까? 시인이자 소설가인 문형렬(52)씨가 산문집 '동자승 말씀이 기가 막혀'(도솔 펴냄)를 펴냈다. 동자승과 노승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집이다.

왜 동자승일까. "스님을 떠나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어린아이가 바로 동자승"이라며 "탐욕과 시기, 질투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초심(初心)을 상징한다."고 했다.

책 속의 동자승은 버릇도 없고, 엉뚱하다. 노스님의 뺨을 때리고, 불상을 태우고, 솥을 잘못 걸기도 한다. 그러나 깨달음은 맑음에서 나온다. 세속의 더께에선 도저히 엿볼 수 없는 것이다.

'동자승 말씀이 기가 막혀'는 삶의 초심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깨달음을 전해 준다.

"앞으로 동화만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이야기들이 모두 한 편의 동화들이다. 벙어리 아저씨를 지키기 위해 겨울잠을 포기한 두꺼비, 사람 손을 떠난 윤동주 시집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이야기, 쌈짓돈을 훔쳐가는 자식을 남몰래 지켜보는 어머니, 사냥꾼을 잊지 못해 한 떨기 꽃이 돼 버린 가련한 여인... .

모두 3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 기쁨과 슬픔의 만남을 그렸다. 두 번째 장은 그리움이다. 헤어짐, 그리고 갈피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아련한 추억의 이야기들이다. 세 번째 장은 지혜다.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과 세상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문 씨는 고교시절인 197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가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1982년 조선일보에 시 '꿈에 보는 폭설'이, 또 같은 해 매일신문에 소설 '설해', 1984년 조선일보에 소설 '물 뿌리기'가 당선되는 등 남들은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신춘문예에 네 번이나 당선된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는 고전 소설 구운몽을 패러디한 소설 '연적'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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