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 마케팅의 진화'…아이디어 경쟁 치열

병, 의원들의 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이 기발해지고 있다. 의료법에 의료기관은 환자 소개·알선이나 진료비 할인 등을 금지하고 있어 다른 업종보다 마케팅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영남대병원은 2일 오전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은행 간부들을 대상으로 '노화 예방과 관리'를 주제로 건강강좌를 열었다. 병원 안에서 강좌를 열던 방식에서 벗어나 예비 환자 확보를 위해 행정기관, 기업체, 복지시설 등에서 '찾아가는 강좌'를 매주 한번 꼴로 열고 있다. 또 영남대 발전기금 고액 기탁자, 고액 단골 환자, 협약기관이나 기업 직원들을 위한 VIP 창구를 만들어 진료 절차의 편의를 봐 줄 계획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경찰서, 세무서, 소방서, 자치단체 등과 협력 체계를 만들어 해당 직원들이 진료를 받을 때 편의를 제공하고, 이들을 위한 건강강좌도 열고 있다. 병원에 들어오는 택시 기사들에게 커피 등 음료수를 대접하기도 한다.

곽병원은 호출택시 업체와 계약을 맺어 60세 이상 어르신이나 어린이 환자가 퇴원할 때 택시를 대절해 집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실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열흘 이상 입원하고 있는 환자 보호자들에게는 사우나 이용권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 중구의 A치과의원은 고액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1년에 한 두 차례 뮤지컬, 오페라 관람권을 보내 주는 VIP 마케팅을 하고 있다.

'입소문'을 노리는 작전도 펴고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입소문이 환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원들은 보험설계사, 미용실 원장, 유흥주점 종사자 등을 '홍보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유흥주점은 성형외과 마케팅의 중요 대상이다. 성형외과 김모 원장은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여성들 가운데 성형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 술집을 자주 찾는 편"이라고 했다.

수성구 B산부인과는 홍보와 환자 유치를 위해 보험설계사를 단체 관광보내주기도 했다는 것.

동료 의사들도 마케팅의 대상이다. 개원하거나 이전하는 의원의 경우 동료 의사들에게 개원 소식을 알리는 것은 기본. 자신의 진료과목에 해당되는 환자가 있으면 보내 달라는 뜻이다. 최근 개원한 수성구 C내과 원장은 자신이 근무했던 대학병원 교수들을 초청해 학술 세미나를 열었고 인근 병, 의원의 의사들에게 무료 세미나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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