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산업으로서의 한국음악

최근 한국음악, 특히 대중음악의 위기가 공론화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지나치게 특정 지지층만 노리는 상업음악이 득세하면서 발생한 획일화가 문제가 되더니 급기야는 음반시장의 심각한 불황과 그로 인한 음악시장 전체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되지만,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산업적 문제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한 불법 복제가 일반화되면서 음반 구매의 주요 소비층인 10대와 20대가 더 이상 음반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CD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던 과거의 일반적인 방법에서 디지털 음원을 통해 음악을 듣게 되면서 음반이 판매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상업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기획사들과 음악생산자의 수고가 보장되지 않는 디지털 미디어 유통업체가 항상 도마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위기가 산업적인 위기로만 이야기되는 지금의 담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음악은 산업으로서의 성과 이전에 예술로서의 기능이 선행되어야 한다. 곧 예술적 성과물이 대중들에게 전달되면서 대중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음악의 위기는 이 점에서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산업적으로 음악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음반판매의 감소 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정도가 한국은 너무나 지나치다는 것이다. 서구나 일본의 경우 디지털 시대 이후 음반 판매의 감소가 25~30% 정도인데 비해 한국은 70%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이 같은 기현상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산업적 고민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결국 음반 판매 등 산업적 성과가 추락한 데에는 들을 음악 또는 구매할 매력을 지닌 음악이 없다는 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지원과 관심이 늘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우리는 기본적인 부분보다 산업적 성과에만 연연했다. 그 결과는 현재 너무나 참담하다. 게다가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논의에서 지방은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아마추어 정도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이래서는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지역에 남게 하고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음악의 발전을 위한 참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백진우(대구예술대 교수·애플재즈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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