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불국사, 경주역사유적지구, 해인사 팔만대장경···.
대구·경북 문화·생활권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7개 중 3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 안동 하회마을과 월성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들어있고, 고령 일대의 가야 유적지 또한 세계적 문화유적으로 손색이 없다.
이와 더불어 각 지방자치단체는 문화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온갖 정열을 쏟고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청도 소싸움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성공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를 맞아 전반적으로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2001년 관광시장 점유율 국내 2위를 기록했던 경북은 2004년 4위로 떨어졌고, 대구는 2001년이나 2004년 모두 16개 시·도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지역 문화관광 산업은 후퇴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적 문화관광 지역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구·경북은 무엇을 해야할까?
◆'국제도시' 대구가 지역문화를 살린다
신라·가야·유교 문화를 한꺼번에 엿보고 즐길 수 있는 대구·경북은 세계적 문화관광 지역으로서 잠재적 여건은 충분하다. 문제는 세계적 문화관광 지역이 필수요소로 갖추고 있는 '세계화된 비즈니스 환경'이 우리 지역에는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볼 때, 천혜의 휴양·레저 환경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만큼 단지 경주가 궁금해서, 안동 하화마을을 보려고, 팔만대장경을 알고 싶어서 이곳으로 코스를 잡는 여행객은 대단히 드물다. 비즈니스나 국제회의 등을 위해 왔다가, 이왕이면 부근에 있는 우수한 문화유산을 찾아 문화적 체험을 함께 즐기는 방식이 훨씬 일반적이다.
문화관광과 가장 밀접한 산업이 바로 전시·컨벤션 분야다. 지난해 대구 엑스코를 방문한 인원은 200만 명, 이 중 1만여 명이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제한된 규모로 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당초 계획대로 2011년까지 엑스코의 규모가 현재의 2배 이상 확장될 경우 국내외 방문객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시·컨벤션 산업과 대구경북의 문화관광산업을 연계, 발전시키려는 전략 수립이 시급한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대구 자체가 국내외 교류가 활발한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때문에 대구는 영남권의 중심도시가 아니라, '국제도시'로서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 금호강을 따라 대구 동구·수성구~경산·청도~영천을 잇는 2천500만 평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지식경제 자유도시'를 추진한다는 구상도 이 같은 비전의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달성 현풍의 대구테크노폴리스, 김천~구미~칠곡~대구를 잇는 IT(정보기술) 산업라인 강화 정책 모두 국제도시 대구, 글로벌 '대구·경북'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연구원 서인원 연구위원은 "국제도시는 곧 경제·금융·교통·문화의 중심지이자 국제적 관광도시"라면서 "시·도민 의식의 개방과 정체성 확보가 문화관광 산업 육성에도 기본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를 역동성과 다양성의 문화도시로
대구·경북 문화·생활권에서 부족한 또 하나가 '세련된 도시문화'다. 과거의 문화유적이나 유물 못지않게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도시 그 자체다. 우리가 잊어버렸던 동성로의 젊은 물결이, 대구 도심을 요리조리 연결짓는 골목길과 오래된 선술집이, 도심 속에 숨어 있는 역사의 흔적들이 도시의 숨결을 느끼게 하고,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도시의 건축물들도 이제는 디자인 개념을 도입, 문화관광 자원화해야 한다. 대구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새로 짓는 공공건물부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창조하자.
그동안 대구는 문화예술 활동을 장식품쯤으로 여겼다는 비판의 소리가 적지않다. 대구의 대표적 예술단으로 1980년대까지 전국 최상위 수준으로 손꼽히던 시립교향악단만 하더라도 요즘은 위상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과외레슨으로 내몰리는 저임금의 단원 구성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나눠먹기식 예산배분과 출신대학 등으로 엮인 인맥중심의 지역 문화예술계는 특정단체와 기득권층 중심으로 한 보수화를 강화시켰고, 젊고 창의적인 소수가 설자리를 앗아가 버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조짐도 없지 않다.
안국중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문화예술은 더 이상 창작자에 의한 창작자만의 활동이 아니다."면서 "대구문화재단의 설립과 청년작가 지원제도를 포함한 청년문화 활성화, 문화예술 공모·기획사업 확대 등을 통해 창의적인 사회, 성숙한 사회, 열린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즘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과 게임·모바일콘텐츠 등 디지털문화산업 역시 연극·음악·미술과 같은 기초예술의 발전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지역사회 분위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뿌리내리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