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시 교통국에서는 택시 운행과 관련된 '긴급회의'가 열렸다. 개인·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 및 공무원 등 5명이 '승차거부 해소'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회의는 '승차를 거부한 택시, 택시의 설자리 잃게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선간판을 모든 택시승강장, 업체 등에 모조리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대구시는 왜 이렇듯 갑작스레 택시의 승차거부를 뿌리뽑자는 특별 대책을 마련한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며칠 전 대구시 고위 간부의 친척이 동대구역에 도착한 뒤 택시를 탔다. 지리를 잘 몰랐던 그가 "상공회의소로 가자."고 하자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했던 것. 동대구역에서 상공회의소까지는 '기본요금 거리'밖에 안돼 오래 기다린 게 억울했던 기사가 승차 거부를 한 것이다. 결국 이 얘기는 고위 간부의 귀에 들어가게 됐다.
동대구역 앞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언제나 몇 백 m씩 꼬리를 물고 있다. 차례를 기다려 20~30분씩 정차하고 있는 것은 예사다. 그렇다 보니 기사들은 '되도록 장거리 손님을 태워 조금이라도 더 요금을 받고 싶은' 보상 심리가 있다. 그렇지만 승차거부는 분명 잘못됐다. 특히 외지인들에게 자칫 대구 이미지를 흐리게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구시의 대책마련(?)은 볼썽사납다. 승객들이 대구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아니면 전화를 걸어 '택시 불편신고'를 쏟아내고 불평을 해대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그러나 '누구의 누구'라는 존재가 이의를 제기하자마자 회의가 소집됐고, 대책도 마련됐다. 반면 택시 관계자 모두 이런 엉터리 같은 현수막, 선간판만으로 승차거부가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기에 입이 삐죽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손님은 없고 택시는 많은데 사납금 부담까지 짊어진 그들이 이번 에피소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금도 동대구역 앞에는 기차에서 내린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로 장사진이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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