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에 '영어마을' 열풍이 불고 있다.
단지 내 공동시설에 원어민 강사를 상주시키고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영어마을을 조성해 분양률을 높이려는 신규 아파트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반면 한편에서는 이 같은 아파트 영어마을이 규모와 질 모두 '무늬만 영어마을' 수준이라 입주민 자녀의 영어 교육 열풍을 노린 얄팍한 상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달 말 입주 예정인 대구 달서구 S아파트. 분양 카탈로그와 시행사 홈페이지엔 '영어야 놀~자, 입주민만을 위한 특별한 영어마을이 생깁니다!"는 이색 광고 내용이 실려 있다. 대구 최초의 순수 민간차원의 영어공용 아파트단지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어 도우미 외국인 촌장 지도, 미군 캠프 방문 등 다양한 현장 체험 학습, 여름·겨울 방학 해외연수, 영어 동화책 읽기 같은 구체적 프로그램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곳 뿐 만이 아니다. 영어마을을 분양 광고에 등장시킨 아파트는 달서구, 수성구 두 구에서만 각각 4곳과 7곳. 단지 내 공동시설에 영어교육 공간을 만들고 원어민, 한국인 강사를 상주시키는 운영 방식이 대부분으로, 인터넷 영어강의를 들을 수 있는 온라인과 전문가의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나 담당공무원들은 대구 아파트 영어마을이 자칫 무늬만 영어마을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아파트 영어마을의 가장 큰 문제는 규모. '마을'이 아니라 학습실에 불과한 소규모가 대부분이다. 구청 확인 결과 50평을 넘는 아파트 영어마을은 수성구 단 1곳에 불과했다. 수도권이나 부산의 경우 아파트 업체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전체를 영어마을로 조성하고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미국 학교 과정을 들여와 영어로 수업하는 '정주형 영어마을'을 계획하고 있는 반면 대구는 강의실 하나만 겨우 갖춰 놓는 수준이다.
구청 담당들은 "원어민 강사 수준도 전혀 검증할 길이 없다."며 "규모와 질에 실망한 입주민들이 과대 광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내다봤다.
행정기관에서는 '주민 공동시설'로 뭉뚱그려 아파트 사업 승인을 내 주기 때문에 영어마을 규모나 프로그램 운영 방법에 관여할 길이 없고, 이런 점을 잘 아는 아파트 사업자들이 일단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 '영어마을' 이름부터 넣고 보는 실정이라는 것. 또 처음 1, 2년은 아파트 사업자들이 무료 서비스를 실시하지만 그 뒤부터는 주민들이 직접 영어마을을 꾸려가야 해 500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2만, 3만 원의 관리비 추가 부담이 생겨 영어마을 운영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400평 규모로 대구에서 가장 큰 영어마을을 계획중인 수성구 D아파트 관계자는 "호텔, 병원, 우체국 등 테마별 공간은 물론 대형 연회장까지 만들어 영어 커뮤니티 센터 성격을 갖출 예정"이라며 "전문 프로그램들을 잘만 개발하면 조기 유학 걱정을 덜고 자녀들은 물론 입주민 전체의 영어 회화 능력을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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