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정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논술 사교육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논술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이런 보도는 좀 더 자세하게 그 내용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입시와 관련된 핵심 사항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게 될 때 변칙과 편법, 불법과 탈법이 계속 활개를 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교육 시장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와 조급성,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 새 입시제도와 관련된 전례의 부재 등을 생존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선행학습 붐은 지나친 경쟁심과 조급성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것이고, 논술 열풍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주는 막막함 심정을 가장 잘 이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논술과 심층면접은 그 무엇보다도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사회 현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전 작품과 현대의 여러 문제들을 다룬 책들을 꾸준하게 읽으면서 그 주제를 현실적인 문제와 접목시켜 생각하는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고전을 읽으며 그 주제와 관련된 오늘의 쟁점을 비교해 보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훈련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면 많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언어 영역이나 논술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민한 언어 감각과 독해력을 길러야 한다. 섬세한 감수성과 독해력은 어린 시절 책이 주는 감동을 통해 배양된다. 논술문을 쓸 때 어떤 주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그 논제를 논할 수 있는 바탕 지식이 있어야 한다. 글쓰기의 형식을 먼저 배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내용이 앞서야 한다. 풍부한 교양과 바탕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논리를 가르치면 아이를 정서적 불구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감정이 메마르고 매사에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은 잎과 꽃이 없는 마른 고목나무와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다. 논술 실력을 기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구양수의 삼다(三多)로 압축할 수 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바로 그것이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란 좋은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감수성과 읽은 내용을 비판적으로 요약·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논술시험이나 언어영역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말고 좋은 글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습관부터 가지자. 나머지는 세월과 더불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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