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한국합섬 끝내 무너지나

대구지부 파산1부 "이번주 회생절차 폐지 결정"

국내 폴리에스테르 장섬유 생산능력 1위 업체인 한국합섬과 자회사인 (주)HK가 끝내 청산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대구지방법원 파산 1단독 김규일 판사는 5일 "법정관리 중인 한국합섬과 (주)HK의 회생계획안이 채권단과 담보권자들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해 이번 주 안으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한은행과 삼성석유화학,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이날 오후 대구지법에서 열린 최종 관계인 집회에서 법정관리인이 제시한 채무 변제조건과 신규자금 지원 건을 부결시킨 데 따라 이같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3차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들의 '부동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노사 간의 진전된 ´고통분담 합의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합섬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경영설명회´를 갖는 등 최근까지 경영 정상화를 모색해왔지만 채권단이 수용할 수 있는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155억여 원의 추가 운전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최종 표명함에 따라 이날 파산결정이 내려졌다.

한국합섬과 HK는 법원이 앞으로 파산선고를 내리면 파산관재인이 파견돼 회사 청산절차에 들어가며 파산선고가 없을 때는 사적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합섬과 HK는 경영상 이유로 351명을 정리해고하려는 사측 계획에 노조 측이 반발, 지난해 3월 15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는데 같은 해 6월 27일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아 회생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그러나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시장성 악화 및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부동의, 무분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안되는 등으로 인해 결국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합섬은 지난 1987년 설립, 2001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 4천억 원, 종업원 1천600여 명에 달하며 국내 폴리에스테르 장섬유 생산능력 1위를 보유했다. 2000년 미국 유니파이사의 합작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기업 가치가 최고조에 달해 2000년 6월 주가가 한때 1만2천400원을 기록하며 '섬유업체 황제주'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이후 계열사인 이화섬유 합병, 중국 시장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또 HK는 2004년 6월 한국합섬에서 폴리에스테르원사 제조부문을 분할해 창업된 회사로 구미와 칠곡공장에서 하루 280t, 500t의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능력을 보유한 공장을 갖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