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새마을운동 수출 문제점

"새마을운동은 新韓流"

새마을운동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新韓流(신한류)로 떠오르면서 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발전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공무원들을 대거 한국에 보내 새마을운동을 배우게 하고 있고 경북도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지에 새마을운동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경북도는 자매결연을 맺은 베트남의 타이응우엔성에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새마을 회관과 보건진료소 건립, 마을 안길 포장, 농수로 설치, 전기시설 교체에 이어 올 초엔 초등학교까지 지어주는 정성을 보였다. 성대한 기념식도 함께 가졌다.

최근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UN 산하기관들에게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배워보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한해대책 지방행정기관장 회의에서 새마을운동을 전개할 것을 천명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후 새마을운동은 전국 방방곡곡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새마을운동과 무늬가 같은 마을단위의 잘살기 운동은 그 이전에도 여러 곳 있었다. 필자는 1960년 육군 소령 예편 후 고향인 청도군 운문면 방음리에 정착, 자갈밭을 개간해 옥답을 일구고 사과나무를 심어 수확을 올렸다. 이를 기반으로 삼아 도정공장과, 구판장, 농민회관을 세우고 지붕개량 작업, 마을 전력 공급, 도로정비와 다리 건립, 학교 설립 등 농촌 잘살기 운동을 펼쳤다. 이 공로로 1968년엔 5.16 민족상을 받았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를 실천해 왔던 것이다. 오늘날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로 꼽히는 청도 신도리와 비슷한 시기에 새마을 운동을 한 셈이다. 지금은 운문댐 건설로 수몰되고 없지만 방음리 인근에 새마을동산이라는 기념동산이 남아 새마을 선진지로서의 자취를 아직도 전해 주고 있다.

당시 새마을운동은 농어촌 생활환경개선사업을 시작으로 전기·전화가설, 식량증산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농촌의 근대화를 가로막고 있던 여러가지 요인들을 제거, 근대화를 앞당겼다.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은 단순한 생활환경 개선사업이 아니라 '잘 살아보자'라는 국민정신운동이었다. 이제'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운동 정신은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모태가 됐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UN에서는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세계적으로 성공한 지역사회 개발운동의 모델로 공식 선정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8년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대한 50년, 우리국민이 성취한 가장 큰 업적'조사에서 새마을운동이 1위로 선정됐다. 이렇듯 새마을운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신 운동이 됐다.

그런데 이런 새마을운동이 최근 일부 糊塗(호도)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신농촌 운동을 부르짖으며 새마을운동을 배우려 왔던 중국의 당 간부가 중국 언론에 새마을교육을 배우려고 갔더니 고작 새마을 관련 시설 몇군데 견학만 하고 나머지는 관광 일정으로 짜여져 사실상 배울게 없었다는 내용을 기고해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새마을운동을 배우려는 나라와 국민들에게 옳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베트남 등지에서 보여 준 '퍼주기식' 새마을운동은 지양돼야 한다. 새마을운동을 배우려는 국가나 외국인들이 학교를 지어주고 도로를 넓혀 주는 지원사업이 새마을운동의 전부인양 자칫 오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마을운동을 배우려는 저개발 국가에서 너도 나도 퍼주기식 지원을 요청하고 이를 들어준다면 오히려 새마을 정신을 훼손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물론 새마을운동을 해외에 수출하는 입장에서 또 이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눈앞에 둔 부자나라(?) 한국의 입장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겠다는 후진국에 새마을운동의 메카인 경북도가 약간의 선심을 쓴 것을 두고 뭘 그렇게 탓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서로 돕는 협동 정신으로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정신을 가르쳐 주는 것이 새마을 정신을 바로 심어주는 것이다. 우리의 위대한 자산인 새마을운동을 제대로 외국에 알려주어야 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보는 愚(우)를 범하지는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마을운동에 평생을 바쳤던 한 사람으로서 국가 브랜드로 뜨고 있는 새마을운동이 진정 세계의 정신으로 꽃피워 나가기를 기대한다.

홍영기 문명교육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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