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으면 말썽이 잦고 답답해 하기에 서너 번 시장에 데려나간 것 뿐이며 아이를 불쌍히 여긴 사람들이 1천, 2천 원 씩 건넨 것일 뿐 구걸을 시킨 것은 아닙니다."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 좁은 골목 안의 허름한 집에서 만난 김모(71) 씨. 그는 다섯 살 난 아들에게 구걸을 시켜 지난 5일 대구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아동학대와 방임 등을 이유로 고발됐다.(본지 6일자 7면 보도)
고발장에 따르면 김모(71), 안모(42) 씨 부부는 아들이 생후 40일이던 지난 2002년 8월부터 아들과 함께 행인들에게 손을 벌렸다고 했다. 당시 아이는 저체중과 탈수, 영양 부족 상태였고 이를 본 아동보호기관이 아이를 영아보호시설에 맡겼지만 김 씨가 아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해 5개월 뒤 아이를 다시 데려갔다는 것. 그 뒤 구걸행위는 계속됐고 지난해 3월 복지기관 관계자들이 김 씨 부부를 설득해 어린이집에 맡겼지만 김 씨는 후원금만 받은 채 사흘 만에 아이를 다시 데리고 나왔다. 특히 지난 1월 26일에는 시내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구걸하던 아이가 엄마와 함께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을 먹는 모습이 목격됐다. 결국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대구시 등 행정당국은 아이를 일시보호시설에 맡기기로 결정, 지난 5일 아이를 부모와 격리시켰다.
김 씨의 이러한 행동에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 아버지의 사망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13살때 보육원에 맡겨진 김 씨는 3개월만에 보육원을 나와 구두닦이 등을 전전하다가 20년 전 대구에 정착했다.
어린 시절 보육시설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시설의 도움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김 씨는 60대후반인 5년 전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아들을 낳았다. 첫 아내이고 유일한 자식이다.
기자와 이야기 중에도 김 씨는 "절대로 구걸시키지는 않겠지만 아이는 반드시 되찾아오겠다."며 강한 집착을 보였다. 반면 아동보호기관은 김 씨의 이러한 생각을 걱정하고 있다. 고령에 심각한 위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뇨와 정신분열증이 의심되고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안되기 때문.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아이의 시설입소는 친권자의 동의가 있어야되고 친권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데려갈 수 있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격리 보호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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