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합섬 청산과 지역 섬유업의 활로

법정관리 중이었던 구미의 한국합섬이 청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합섬은 국내 폴리에스테르 장섬유 원사 생산 1위 업체였다. 따라서 한국합섬의 청산은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의 終焉(종언)과 함께 지역 섬유산업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제 지역 직물산업 역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면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잠깐 동안 '인디언 서머 (Indian summer)'를 누렸던 지역 섬유산업은 구조조정 회피로 急轉直下(급전직하)의 길로 들어섰다. 뒤늦게 구조조정을 도와달라며 '섬유산업특별법' 제정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젠 정부마저 외면하고 있다. 지역 특화산업이었던 섬유산업의 퇴조는 대구 성서공단과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도 확연하다. 이에 따라 대구에선 기계부품산업에 1위 산업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한국합섬 청산은 정리 해고를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초래됐지만 화섬 원사업계의 불황이 근본 원인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무능과 부패, 노조의 구조조정 반발 등이 雪上加霜(설상가상)이 됐다. 어쨌든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능력 국내 1위, 세계 9위 업체였던 한국합섬의 퇴출로 지역 직물업계는 원사를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역 섬유산업이 과거의 '榮華(영화)'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라인업(line-up)은 필요하다. 지역 직물업계는 개성공단 진출이 불투명해지면서 후발개도국으로 집단 이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다. 한계 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 고기능성 및 산업용 섬유 생산, 다품종 소량생산 등 방향은 이미 제시된 만큼 지역 섬유업계가 구체적 생존 전략을 마련해 활로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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