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체력에 자신만만했던 40대 중반의 정모 씨. 그는 술과 고기를 즐기는 체질이다. 수년 전부터는 회사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며, 지난달 초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동료의 승진 축하 술자리에서 과음을 한 뒤 그날 새벽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심한 통증이 생겨 잠을 깼다. 통증은 빠른 속도로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너무 아파 뼈가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고, 담요의 무게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아팠다. 다음날 아침에는 발가락이 부어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통풍이 왕의 질병?
정 씨의 사례는 통풍 환자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통풍(痛風)은 바람에도 통증이 온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고대에서부터 알려진 질환인데, 성경에 '아서 왕이 그의 발에 병을 얻어 고생을 했다.'는 기록이 있고, 기원전 4세기에 히포크라테스도 '남자들에게 무리한 성관계 후에 급성 발작이 오는 질환'으로 기술하고 있다. 고대 유럽에서는 좋은 음식과 포도주를 즐겨먹던 귀족들에게 많이 와서 '왕의 질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식생활이 서구의 식단처럼 바뀌어가는 우리나라도 점점 환자가 늘고 있다.
◆혈중 요산의 증가가 원인
통풍은 혈액 속에 요산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됨으로써 만들어진 요산의 결정체가 여러 조직에 침착해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질병의 단계와 침범된 장기에 따라 고요산혈증만 있는 경우에서부터 통풍성 관절염, 통풍성 신장질환, 통풍성 신장결석증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잘 밝혀져 있어 일찍 치료를 한다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다.
통풍은 혈중 요산의 증가에서 비롯된다. 이는 요산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거나 신장으로 배설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나타날 수 있다. 이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일 때도 있다.
하지만 혈중 요산치가 일시적으로 높다고 해서 반드시 통풍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혈중 요산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요산의 결정체가 쉽게 형성돼 여러 조직에 쌓이게 되고 이런 상태가 10~20년 지속되고 난 다음 여러 가지 유발 요인에 의해 통풍의 증상이 나타난다. 통풍성 관절염의 급성 발작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음주, 수술, 일부 약물의 복용, 과식이나 과로, 심한 운동이나 심한 타박상 등이다.
◆급성 관절염 형태로 발병
주로 어느 한 관절에 급성 관절염 형태로 나타난다. 대부분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 다리 쪽의 관절에 먼저 발생하며, 90% 이상이 특징적으로 엄지발가락을 침범한다. 대개 급성 발작은 갑자기 관절이 붓고 벌겋게 되며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아주 심한 통증이 따른다. 대부분의 경우 아픈 증상은 10일 이내 저절로 사라진다. 초기에는 빈도가 낮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혈중 요산치가 높을수록 재발의 빈도가 잦다. 통풍성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고 오래 두면 요산의 결정체가 덩어리를 이뤄 피하 조직에 들러붙어 딱딱한 혹을 만들어 관절 주위뿐 아니라 귓바퀴 심지어 심장의 판막에도 침범할 수 있다. 또 만성적인 관절의 통증과 운동 장애 및 관절의 변형이 초래돼 치료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술은 멀리, 약물 치료 꾸준히
통풍을 치료하기 위해선 요산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소변을 많이 보게 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역할을 하는 약물이 치료에 흔히 쓰인다. 통풍 환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급성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는 것 이외에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특히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과로하지 말아야 한다. 담배는 통풍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동반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운동을 너무 지나치게 하거나, 몸에서 수분이 부족하면 오히려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통풍은 한두 번의 치료로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 질환이다. 하지만 꾸준히 약물로 다스리면 관리할 수 있는 병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최정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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