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처럼 꼭 듣고 싶었던 음악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연주곡 레퍼토리에서부터 초청 연주가, 메인 연주곡에 이르기까지 그날 저녁의 연주회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요즘처럼 국내외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구를 자주 찾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진지하게(또한 고상한 척하면서) 수준있는 음악 감상에 깊이 빠질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았던 저녁이었다.
게다가 그날 공연장은 (무료 공연이 아니라 유료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상 외로 많은 청중들이 객석을 꽉 메우고 있어서 연주자들에게도 약간의 긴장과 함께 꽤 만족스런 공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연주회에서도 공연장을 나서면서 느끼는 '뒷끝이 씁쓸함'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공연 날이 아직 방학 중이라서 그랬는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도 꽤 눈에 띄었다. 연주회 특히 (연주음악에 대해 알지 못할 경우 길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의 프로그램이나 티켓을 보면 분명 7세미만의 어린이들은 공연을 관람할 수 없게 명시되어 있다.
이유는 해당 연령의 아이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특별 기획 음악회가 아닐 경우, 클래식 공연들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심지어 그들을 괴롭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감상만 한다고 좋은 음악이 무조건 좋은 영향이나 효과를 주지 않는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문화 감상이 필요하다는 걸 부모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공연장을 가면 공연 시작 전에 장내 어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흘러 나온다. 휴대폰을 꺼두고, 공연 도중 이웃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지의 주의사항들을 들려준다. 그런데 아직도 가끔 연주회장에서 무대 위에서는 오페라 주인공이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는 중간에, 혹은 솔리스트가 아주 기교적인 부분을 예민하게 연주하고 있는 중간에 휴대폰 울리는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을 날카롭게 잘라버린다.
이건 너무 이기적인 (아님 무식한?) 행동이 아닐까. 내돈 내고 들어왔으니 누가 뭐래든 나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야 말겠다는.... 좋은 연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좋은 연주회에서, 옆자리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시간들을 보내려는 좋은 마음들만 모여서 감동을 함께 하는 공연장의 예절을 누구나 지키는 문화 시민의 시대는 언제쯤 오게 될까.
최영애(경북대·영남대 음악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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