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두고 우리는 얼마든지 낭만을 부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동해가 문제인 까닭은 그것이 현실적인 국제문제이기 때문이다. 긴급한 현실문제이다. 일본이 그 바다를 자기네의 내해(內海)처럼 일본해(日本海)라 적고 이것이 세계지도에 판을 치고 있다.
우리는 이 '일본해'란 이름을 지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한다. 즉 지금은 세계에 그것이 어떻게 알려지느냐의 문제이지, 우리가 어떻게 부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해란 이름은 확실히 과거 제국주의시대의 잔재인데, 일본은 할 수만 있다면 이를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세계에 '로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이것을 기득권인양 온갖 이론 같이 않는 이론을 동원해 정당화하고 있는데, 결과는 세계인들이 모두 지도를 펴보고는 '일본해'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일본의 선전효과는 어떠하며, 우리의 손실이 어떠한가는 상상하기에 어렵지않다.
을유해방과 더불어 그 바다의 이름은 일본이 독차지 할 수 없는 공해(公海)였다. 일제시대를 살은 사람들은 여기서 흡사 조선반도를 일본이라 부르는 만큼이나 당치 않고도 오만한 태도를 보는데, 젊은 세대들은 이런 실감이 없는 것 같다. 해방 직후의 우리 정부는 이런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기는 하나, 크나 큰 실수요, 불찰이었다.
지금 관민(官民)을 불문하고 이 나라에서는 '동해'란 이름만 들어가면 제일인줄 알고 있는데, 설사 여기에 일본과 합의를 봤다고 하자. 일본해(Sea of Japan)를 먼저 적느냐, 동해( East Sea)를 먼저 쓰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일본이 기득권을 양보하여 동해가 먼저 오르도록 할까?
일본해에 부차적으로 동해를 넣어 우리는 무엇을 얻는 것이 있단 말인가? 지도가 작을 때는 의례히 보일똥 말똥 할 것이고, 큰 지도에서는 일보해가 주(主)된 이름이란 것을 세계 만방(萬邦)에 알리는 것일 뿐이다.
구차스런 병기(倂記)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 할 것이 아니라, 일본해란 이름을 아예 제거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3의 대안을 제기 할 수 밖에 없다. 이름이 무엇이 되든간에, 우선 제3의 대안에 그들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번에 노 대통령이 일단 '평화와 바다'란 제3의 이름을 제안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수상이 이를 일언지하(一言之下)에 뿌리치고 돌아선 것은 역사에 그들의 잘못으로 기록되고, 우리는 도의적으로, 외교적으로 점수를 딴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단 아쉬운 것은 대통령이 한 걸음 더 다가서서, "당신들이 우리의 '동해'를 못 받아드리는 것처럼 우리도 '일본해'는 수용하지 못하오" 라고 단호히 한 마디 쏘아 주질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으로 볼때 동해(東海)는 받아 들일 수 없는 객관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들어가야한다. 그들은 그 바다를 서해(西海)라고도 부르고 있으나 이것은 방위(方位)의 문제이니, 이걸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해'란 이름에 우리는 감정을 쏟아부어 노래를 하고, 선언을 하여 지칠 줄을 모른다. 그러는 동안에 그 바다는 '일본해'로 행세하며 세계를 활보한다. 그리고 기껏 "일본해와 병기만은 해주십사"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요구지 저자세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우리의 애국심도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논다. 우리는 모름지기 '일본해'의 말살에 초점을 두고 총공격을 펴야한다. 그러는데는 제3의 대안 한 길 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청해(靑海)'란 이름이 밉지 않다. 예로부터 청색은 동녘의 색이라 알려져 있고, 황해(黃海)와도 대(對)가 되어 세계에 알리는데도 편리하다.
독도라면 '우리 땅'이라고 소리 높이 지르고 있는데, '일본해' 안에 무슨 우리 땅, 독도가 있을 수 있는가. 모름지기 일본해부터 일본해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꿔 놓고 독도 노래도 해야 할 것이다. 누가 동해란 이름이 싫어서 제3의 대안인가. 이 길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니까 하는 소리다. 국내에서, 우리끼리는 동해란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최찬식 인경학사(人境學社)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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