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에 있는 남녀가 이성을 이해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바람직한 사회화를 돕는다는 것이 공학의 본래 취지다. 그러나 현장의 교육 관계자들은 이런 목표가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남학생 '분반', 여학생 '혼반' 선호
대구 ㄷ중학교는 지난 해 12월 학부모, 학생,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남녀 학생이 같은 학급에서 공부하는 '혼반'으로의 전환에 대해 의견을 물었는데, 결과는 7대 3비율로 'No'였다. 남학생과 남학생 학부모들의 반대가 컸다. 이 학교 교장은 "남학생이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달랐다."며 "혼반이 되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남학생이 불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학의 본래 취지대로라면 남녀가 한 반에 섞이는 혼반이 더 이상적인 형태이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것.
ㅅ고교가 2001년 자체적으로 실시한 '혼성 학급 운영 선호도 조사' 결과는 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시 1학년 재학생 79명(남34명, 여45명)에게 물었더니 혼반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여학생이 71%인 반면 남학생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성적 향상 등 분위기가 좋아진다.' '서로 돕고 배려하는 생활태도가 길러진다.'고 찬성 이유를 댔으나 남학생은 오히려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수업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정반대의 이유를 댔다. 당시 이 조사를 바탕으로 교육청에 보고서까지 냈던 교장은 "결국은 성적 문제"라고 요약했다.
공학 학교에서는 분반을 하든 혼반을 하든 운영상의 어려움이 늘 있다. 한 고교 교사는 "남녀 반을 구분하면 학급 구성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남학생 학급은 많아야 33명인데 여학생 학급은 42명까지 되는 경우도 있어 컴퓨터실에 한 반이 다 못 들어가는 일도 있고, 이동 수업 때는 선택 과목에 따라 두 반을 합치기도 예사"라고 했다. 한 혼반 담임 교사는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유행하는 머리·복장스타일을 고집하는 등 혼반 한 학급의 생활지도가 남·녀 두 학급을 합친 만큼이나 힘들다."고 털어놨다.
◆순해진 남학생, 적극적인 여학생
"여학생은 틀린 답도 당당하게 발표하지만 남학생은 쭈뼛쭈뼛하거나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학이 확산되면서 교실 풍경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남학생의 행동이 눈에 띄게 순해진 반면 여학생은 더 활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3 학생은 "아무래도 여학생들을 의식하다 보니 친구끼리 욕도 덜하게 되고 심한 장난도 치지 않게 된다."며 "여학생이 장난삼아 남학생 엉덩이를 툭 차는 일은 있어도 그 반대가 되면 변태로 몰리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학생의 '중성화' 현상도 공학 전환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한 중학교 교감은 "여학생은 교실 안에서 치마 속으로 체육복 바지를 넣어 옷을 갈아입지만, 남학생은 탈의실을 찾거나 좁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했다. 또 다른 공학 중학교 교사는 "'남학생은 여학생 교실을 뛰듯이 지나가지만 여학생은 둘만 모여도 여유롭게 남학생 교실을 지나간다'는 우스개가 있다."면서 "하지만 여학생들이 복도에서 '말타기' 놀이를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닌것 같다."고 했다.
◆인성교육 효과 '글쎄...'
그렇다면 공학은 과연 정서순화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경찰청이 2005년 6월 발표한 '학교폭력 자진신고 접수 결과(2005년 3~5월)'를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해학생 7천993명과 피해학생 3천252명을 분석해 보니 남녀공학 학생이 61%, 남학교 25%, 여학교 14% 순으로 공학에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더 많았다. 특히 공학 내에서는 남학생 가해자가 70%를 차지해 공학에서의 남학생 폭력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학 교사들은 "공학 학교가 다수이다 보니 신고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했지만, '남학생이 부드러워지고 교실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공학의 장점을 무색케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2002년 경북대 교육대학원에 제출된 '남녀공학과 별학(別學) 중학생의 학교 생활태도 차이' 논문은 공학교에서 교사와 학생간 갈등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직 고교 교사인 이 논문 작성자는 "학생들의 학교생활 태도는 획일적인 방법으로 남녀공학을 운영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며 "공학에서 이런 성(性)차를 고려해 적절한 처방을 하지 않는다면 갈등과 불만족의 요인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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