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규 화백의 장례식이 8일 오전 9시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대구예총장으로 거행됐다. 서 화백의 유해는 한 줌의 재로 변해 경북 영천 은해사 수림에 묻혔다. 초대 대구예총 회장을 역임하고 신조회 창립 멤버로 활동하는 등 대구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원로 예술가의 마지막 가는 길은 고인의 유지대로 예총장과 수림장으로 아름다운 끝을 맺었다.
기자는 서 화백의 장례 진행과정에서 두 가지를 주목했다. 그 하나는 예총장에 대한 것이다. 서 화백은 숨지기 전 자신의 장례식이 예총장으로 거행되길 소망했다고 한다. 유족들이 이같은 뜻을 전하자 예총에선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장례절차에 관한 세부논의까지 무난하게 진행돼 고인의 저승길에 누가 없도록 했다. 예술계 선배에 대한 후배들의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우려의 시각이다. 장례식장을 찾은 미술인들이 가장 걱정한 것은 미술사료 유실이었다. 지역 미술계 초창기 세대에 속하는 고인의 타계는 곧 지역 미술사의 망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권정호 전 예총회장이 유족에게 가장 먼저 신신당부한 것이 "고인의 자료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장우 대구미협회장도 같은 말을 전했다.
원로 미술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는 마당에 이들이 갖고 있던 귀중한 미술사적 자료들이 사장될 가능성에 대한 뜻있는 지역 미술인들의 깊은 우려다. 향토 미술계의 거장 정점식 화백도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 밖에도 지병이 악화되고 있는 원로 화가들의 소식도 안타까운 즈음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술인들은 원로 화가를 대상으로 사료 정리 사업이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립미술관 건립 추진과 함께 줄기차게 제기해온 일인데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개탄은 이제 시립미술관 착공을 앞둔 대구시 당국에서도 곱씹어볼 말이다. 100년을 바라보는 지역 미술의 역사와 전통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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