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기헌 교수의 추천 만화

요즘은 더 이상 만화를 '청소년용'이라고 폄하하거나 '불량문화'라 지칭하지 않는다.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즐기는 오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더구나 천덕꾸러기였던 일본만화는 우리 시장 속에서 부가가치 높은 원작 콘텐츠로 몸값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만화는 유치할 뿐이라고? 일단 한번 만화책을 손에 집어들어 보자. 어른이라고 체면차릴 필요 없다. 예전에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만화책을 읽던 그 '재미'로 빠져들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감동과 추억을 동시에

아버지 - 다니구치 지로 지음, 애니북스

열네살 - 다니구치 지로 지음, 샘터사, 전 2권

일본만화는 특유의 전형적인 그림체와 이야기 전개방식이 있다. 때론 소란스럽고 유별나며 이질적이다. 그런 만화가 식상하게 느껴지거나, 좀 더 수준높은 만화를 엄선해 보고 싶다면 단연 다니구치 지로의 책이다. 그는 섬세한 필치와 유려한 스토리로 일본 밖에서도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작가다. 그의 만화 속에서는 추억속 풍경과 함께 가족에 대한 갈등과 화해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아버지에 대한 뭔가 모를 우리들의 콤플렉스와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 그리고 지난했던 70, 80년대의 추억은 느낄수 있다.

#나이먹는 것에 대한 성찰

황혼유성군 - 히로가네 켄시, 서울문화사, 전 27권

천재유교수의 생활 - 야마시타 카즈미, 학산문화사, 전 24권

세상이 젊은이 중심으로만 돌아간다고, 중년·노년의 삶과 조우하고 싶다고 한숨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만화를 추천하고 싶다. '시마과장'시리즈로 유명한 히로가네 켄시의 '황혼유성군'은 노년의 사랑, 인생, 회환 등이 특유의 안정된 선과 이야기로 그려낸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라는 고지식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의식을 가진 노교수와 주변인물들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일상사를 그린 만화도 있다. 우리사회에도 있을 법한 순수하고 올곧은 노지식인의 시각과 따듯한 마음 씀씀이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두 만화 모두 에피소드 형태로 꾸며져 있어 낱권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추리물을 좋아하거나, 요즘 어린친구들을 따라잡고 싶다면

마스터 키튼 - 카츠시카 호크세이 글,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대원씨아이

몬스터 - 우라사와 나오키, 서울문화사

20세기 소년 - 우라사와 나오키, 학산문화사

데스노트 - 오바 츠구미 글, 오바타 타케시 그림, 대원씨아이

먼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일본의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순서대로 집어들면 된다. 그의 만화는 추리와 서스펜스, 치밀한 구성으로 손에서 만화책이 떠나지 않게 해준다. 최근 영화로까지 수입된 '데스노트'까지 용기를 내서 접해본다면 요즘 학생들이 복잡한 게임에 왜 열광하는지도 어렴풋이나마 알수 있을 것이다. '데스노트'는 고도의 두뇌게임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의 바다에 빠져보자

고우영 삼국지 - 고우영, 애니북스, 전 10권

조선왕조실록 - 박시백, 휴머니스트

요즘 역사 드라마, 소설이 인기다. 하지만 역사의 바다에 만화만한 훌륭한 가이드도 없다. 그중에선 단연 고우영의 중국 역사서 시리즈가 압권이다. 익살과 해학, 그리고 지금봐도 새로운 고우영 식의 원전 해석이 어릴적 느꼈던 감동을 다시 만나게 해 줄 것이다. '초한지', '일지매', '십팔사략', '수호지'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리즈물을 탐독해도 좋겠다.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만화로 만나고 싶다면 전 한겨레 화백 출신의 박시백 씨가 쓰고 그린 '조선왕조실록'을 권한다. 새로운 실록 해석과 독특한 사관이 돋보인다. 현재 9권까지 나왔으며 계속 간행될 예정이다.

윤기헌(만화가/부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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