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서점의 만화코너
지난 1일 찾은 교보문고 대구점. 서점을 들어서자 마자 계산대 옆으로 줄줄이 들어선 만화 서가가 눈에 들어왔다. 늘 서점을 들락거려도 관심조차 없던 만화책이 이렇게 눈에 띄는 곳에 들어차 있었다니. 새로운 발견이었다. 만화를 이렇게 앞쪽에 배치한 것은 분류상 '사전'잡지'로 분류되는 까닭도 있지만, 책의 성격상 충동구매가 많은 탓에 계산대 옆에 배치해 구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란다.
만화 서가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로 붐볐다. 20여분을 머무르는 동안 만화책 코너를 기웃거린 사람들만 30여명. 대부분 책을 사기보다는 최근 인기있는 만화는 뭐가 있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가이 나왔는지를 잠시 돌아보는 정도였다. 만화책의 경우는 비닐 커버가 씌워져 있어 다른 책들처럼 서가에 쪼그리고 앉아 읽어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일본 만화 '나나'를 아쉬운 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던 최민정(18) 양. 갖고픈 욕심이 굴뚝같지만 학생 형편이라 마냥 바라보고만 즐거워하는 중이란다. 최 양은 "여학생들이 주로 찾는 순정만화의 경우 한국 만화는 1권만 봐도 끝이 뻔한 경우가 많고 그림도 색다른 것이 없어 잘 보지 않는편"이라며 "일본만화는 소재도 다양하고 줄거리 전개가 예상치 못한 쪽으로 뻗어나간다."고 했다.
이렇게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화책 판매량도 급증했다. 교보문고 대구점 전길채 영업지원파트장은 "2005년에 비해 2006년에는 만화책 판매가 80%증가했다."며 "올해도 20% 이상의 판매율이 신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2년전에는 2개에 불과했던 만화책 판매 서가도 7개로 늘인 상태라고.
#추억의 만화방은 파리만 날리고
하지만 예전 동네 곳곳에 자리잡고 있던 만화방은 이제 '추억의 장소'가 되어 버렸다. 찾아보기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몇 개 남지 않은 만화방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경북대 정문에 자리잡은 궁전 만화방. 이 곳에는 예닐곱명의 손님이 책을 잔뜩 쌓아놓고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곳곳에 담배재가 가득 쌓인 종이컵들이 즐비했고, 방금 식사를 해결한 손님들의 빈 그릇도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만화방 이용료는 1시간 2천원, 2시간 2천800원, 3시간 3천500원선. 다른 오락거리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싼 편이지만 고은덕 사장은 "만화방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라 최근 몇년 사이 손님이 절반 이하로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중'고교생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학교 인근에서 생활하는 대학생이나 잠시 시간을 떼우러 오는 성인들이 대부분. 24시간 문을 열어 놓지만 하루 평균 손님이 20~30여명에 불과해 아르바이트 학생 하나 쓰는 것도 힘든 실정이란다.
이곳에서도 대세는 일본 만화였다. 고 사장은 "하루 평균 10여권의 책이 들어오지만 그 중 3분의 2가 일본 만화책이고, 나머지는 판타지소설이나 무협지 등이 차지한다."고 했다.
대신 요즘은 동네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보거나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보는 경우가 많다. 동네 DVD대여점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만화코너는 방학이나 시험 직후가 되면 만화책을 빌리려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인기 있는 만화는 시험이 끝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둬야만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들은 인터넷 다운로드를 주로 이용한다. 사무실에서 일의 압박에서 벗어나 잠시 머리를 비워내는데는 만화가 제격이란다. 최대헌(32)씨는 "만화 애호가들 중 책을 한장 한장 스캔해서 올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마니아들이 상당수여서 웬만한 만화는 대부분 찾아볼 수 있는데다 화질도 뛰어난 편이라 보는데 무리가 없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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