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작업실을 꾸민 작가 3인이 오랜만에 대구 나들이를 했다. 우봉미술전시관(053-622-6280)은 28일까지 신년기획으로 '현대미술 3인 초대전'을 마련, 김정완·예진영·이철진 씨 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3명 모두 영남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추구하는 작품의 성격은 너무나 판이하다.
김정완(42) 씨는 한때 서양화를 하다 뒤늦게 한국화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런 특징은 그의 작품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세계와 인생에 대한 상념을 종이 오브제에 각인함으로써 이미지를 압축하고 그 본질을 드러내며 암시한다. 김 씨는 한국화의 특징인 획을 칼로 일일이 잘라서 붙인 종이선으로 표현한다. 종이 다발 위에 채색을 하거나 상감 기법식으로 홈을 파내고 이미지를 압축해 박아 넣는다.
하나하나의 표면은 거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고요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작업, 이를 통해 김 씨는 "인간의 고뇌나 철학적인 내용들을 담고 싶다."고 한다. '우주는 끝이 있는 걸까? 어떻게 시작됐을까? 저 먼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소년 시절 의문을 미술로 풀어내는 작업은 '사유적 공간'·'묘한 공간' 내지 '문(門)'·'창(窓)' 등이 된다.
예진영(37) 씨의 작품은 한국화 맛이 난다. 옛 한국화 작품이 천연 안료를 썼듯 예 씨도 포항 지역에서 나는 돌을 빻아 체로 거른 것을 한국화 물감과 섞어서 쓰고 있다. 가는 막대기로 눌러낸 요철 무늬 위로 하늘거리는 산이며 나무며 풀이 숨쉰다.
예 씨는 "자연이든 인간이든 흔들리지 않는다면 삶이 아니다. 내 마음의 자연을 표현할 때는 작은 흔들림에도 민감하다."며 작품 '순환'의 세계에서 작은 의미를 찾고 있다. 이는 곧 삶에 대한 궁금증을 자연에서 묻고 해답을 찾는 것이다.
누드화를 줄곧 고집해온 이철진(44) 씨는 기존에 노란색 배경과 커피색 선묘로 했던 기존 작품과 함께 최근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오브제로서의 피부의 표면이나 체모, 머리카락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작업으로 판화 기법을 도입하고 있는 근작이다.
단순했던 색도 화려하게 쓰이고 있어 기존 작품과 색다른 점을 찾아볼 수 있다. 'Gloomy Sunday(우울한 일요일) - 혼자 지내다'란 부제를 단 작품이 쉽게 보기 힘든 누드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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