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같은 공간에 답답하게 늘어선 의자와 탁자, 시멘트 바닥. 흔히들 연상되는 사내 식당의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사내 식당이 대변신하고 있다. 직원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당 분위기를 고급화시키고 있는 것. 이는 산업 현장에 감성 경영과 인재 중시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 경영자들은 '밥심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급 레스토랑 안 부럽다
성서공단에 자리한 태창철강(주)은 회사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2천 평 규모의 정원과 기하하적인 회사 건물, 건물 내 갤러리 등 주위 다른 공장에 비해 무척 튄다.
사내 식당도 이 업체의 자랑거리. 일본 오사카성을 본 따 지었다는 2층 구조의 건물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1월 수위실과 사무실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식당은 건물 주위에 아담한 일본풍 정원과 담으로 꾸몄다. 이 곳 식당은 일반적으로 회사 건물 내 마련된 것과는 달리 회사 건물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이성희 상무는 "식사하는 시간만이라도 정원 길을 거닐며 자연을 느껴보라는 유재성 회장의 배려가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식당 내부도 웬만한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다. 곳곳에 조각품과 미술 작품이 배치되어 있고 유리를 최대한 이용해 식사하면서 자연스레 밖을 조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복도 유리를 통해 조그마한 정원도 느낄 수 있다. 밤에는 물을 먹기 위해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록달록한 새들이 찾아와 정원에 머문다고 한다.
직원 이현숙(26·여)씨는 "직원들은 이곳이 단순히 식당이 아니라 카페테리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좋아 식사하는 시간도 보통 40분 넘게 걸린다고 한다. 이씨는 "식당에 오래 머물다보니 살이 쪄서 걱정"이라고 엄살을 떤다.
이 상무는 "일본 바이어들이 회사에 찾아오면 멀리 나가지 않고 이 곳 식당에서 대접하는데 모두가 일본보다 더 잘 꾸며놓았다며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북성로 공구골목의 정원
북성로 골목에 자리한 책임테크툴(주)의 사내 식당도 독특하다. 도심 속 빼곡히 들어선 공구가게들 사이로 자그마한 정원을 연상시키게 한다. 대나무, 모과나무 등 10여 종의 수목과 작은 정자, 물레방아 등 얼핏 보기엔 일반 한식당처럼 꾸며놓았다. 특히 거래처인 보쉬에서 선물한 소나무가 식당 앞에 홀로 솟아 운치를 더한다. 그래서인지 직원들 사이에선 '북성로 공구골목의 정원'이라고 불린다. 식당 이름 또한 '다정옥(多情屋)'이라 해 정감이 간다.
회사에서 50m 정도 떨어진 190여 평의 자리에 마련된 다정옥은 2004년 10월 일반 식당 건물을 개조해 사내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영수 대표는 "도시에서 빡빡한 생활을 하는 직원들이 점심이라도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사내 식당에 조금 신경 썼다."며 멋쩍어했다.
당연히 직원들의 평가도 무척 좋은 편이다. 윤지영 과장은 "점심시간마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 건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일반 식당 같은 분위기가 나다보니 답답하지 않고 포근한 느낌이 많이 든다."고 좋아했다. 외국 바이어들이 회사에 찾아와도 웬만하면 다정옥에서 대접한단다. 최호중 계장은 "날씨 좋을 때는 한켠에 마련된 정자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외국 바이어들이 의외로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식당 내부에도 곳곳에 화분과 대나무를 마련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였다. 최 대표는 "식당이 조금 적은 게 흠인데 더욱 예쁘고 큰 건물로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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