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투(外投)기업을 가다] SD플렉스

2004년 10월 20일 제일모직과 미국 듀퐁사가 1천만 달러 씩을 투자해 전자재료 신소재 업체인 SD 플렉스사를 설립하고 다음 달 2일 박동원 대표이사 등 회사 관계자 몇 명이 구미에 사무실을 열기 위해 공장이 들어설 제일모직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정문에 '구미투자를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기 때문.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기울일 줄은 생각도 못한 이들은 구미시에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고 한다.

20여일 뒤 기공식이 열릴 때는 김관용 당시 시장(현 경북도지사)이 직접 찾아와 행사 전반을 챙겼고 이후 SD플렉스 공장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듀퐁사와 절반씩을 투자한 제일모직의 계열사 형태로 설립돼 조직화 된 제일모직이 일을 매끄럽게 처리한 요인도 있지만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행정력을 집중한 것도 큰 이유가 됐다.

이처럼 지자체의 큰 관심 속에서 출발한 SD플렉스는 짧은 기간에 시장에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개발 및 생산 인력 70명인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 원. 앞으로 6년 이내에 5배인 1천억 원까지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이미 3개 라인이 증설될 부지까지 확보해놓고 있는 상태. 박동원 대표는 "경쟁업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비교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듀퐁의 개발력, 제품력에 제일모직의 제조력, 조직력, 시장장악력이 결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적 수요처가 있는 것도 큰 힘. SD플렉스의 가장 큰 고객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폰 업체. 휴대폰에 들어가는 부품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세계 유수의 휴대폰·전자업체들을 공략중이며 결실이 맺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업들이 결실을 거두면 제일모직과 듀퐁은 곧바로 대규모 추가 투자에 들어갈 수 있다. 최준호 경영지원이사는 "SD플렉스에 대한 공동 투자를 계기로 세계적인 두 대기업 간의 신뢰관계가 구축됐기 때문에 비단 전자재료 신소재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추가 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과 듀퐁이 구미를 사업지로 선택한 것은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과 SD플렉스 생산라인이 들어설 제일모직 공장이 구미에 있었기 때문. 김장호 경북도 투자유치팀장은 "대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이 구미에 있지 않았다면 2천만 달러의 투자가 이곳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지자체들이 대기업 유치에 혈안이 된 것도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에서다.

경북지역 외투기업 투자환경에 대해 박 대표는 "단점을 커버하는 장점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력, 안정적인 물가,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원만한 노사관계 등을 꼽았다.

다만 지자체의 투자 유치 열기 및 지원 의지와는 달리 외곽 행정기관의 일관된 서비스 체제 구축 미비는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