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이 봉인가? 모르면 당한다

아파트 자치 활성화 급하다

"아파트 주민 여러분!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건가요!"

비싼 전기료를 매기는 정부, 엘리베이터 점검비를 이중부담시키는 공기업, 경비원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위탁관리회사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이 덤터기를 쓰고 있다. 이에 아파트 시민단체들은 "우리 아파트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며 아파트 자치 활성화를 당부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아시나요?=지난해 입주한 북구 A주상복합 아파트는 오는 4월부터 매달 300만 원의 전기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산업자원부가 오는 4월부터 급·배수 펌프,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아파트 공동전기분에 대해 매월 가구당 평균 100㎾ 이상 초과분은 2배 할증 요금을 매기기로 했기 때문. 이에 따라 이 아파트는 연간 3천600만 원씩, 가구당 평균 4만 8천 원의 관리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아파트 전기료 체제는 크게 두 가지다. 단일계약은 누진제인 주택용 고압 요금을 가구별, 공동전기료에 모두 적용하는 것이고, 종합계약은 개별 가구에는 주택용 고압보다 평균 18% 비싼 주택용 저압 요금을 적용하고 공동전기료는 누진제가 없는 일반용 요금을 매기는 것이다. 가구별 사용량이 많으면 단일계약, 공동전기 사용량이 많으면 종합계약이 유리하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최근 건축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공동전기료가 40~60% 이상이어서 종합계약 방식을 도입해 단일계약의 일반 아파트보다 최대 배 이상 싼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두 계약 방식 간 형평성과 종합계약 방식의 공동전기 사용분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새 제도를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구 아파트 시민단체 및 주택관리소장들은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들은 고압 전력을 저압으로 바꿔주는 수변전시설과 시설 운영 유지에 필요한 아파트 관리비를 꼬박 내고 있고, 보안등 같은 공공 성격의 전기료도 함께 부담하고 있다."며 "산자부가 지난 2002년부터 단일계약, 종합계약 방식을 도입한 이유도 아파트 주민들의 이 같은 공동전기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동주택 공동전기 사용분에 대한 할증요금제는 부당하다.'는 글을 주택관리사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한 주택관리사는 "결국 전기 요금 수입을 늘리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중부담하는 엘리베이터 점검비=수성구 B아파트 664가구가 엘리베이터 점검에 쓰는 돈은 연간 1천800만 원이 넘는다. 11년간 사용해 온 것을 감안하면 엘리베이터 점검에 든 비용이 2억 원 안팎. 문제는 아파트 주민들이 민간 유지·보수 업체와 안전 점검을 담당하는 공기업에 동시에 돈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 1문당 매달 6만 6천 원씩 민간 업체에 유지보수비를 지급하는데도 매년 한 번씩 1문당 12만 원 안팎의 안전 점검비를 한국 승강기 안전 센터에 또 지급했다.

이 아파트뿐만 아니다. 아파트 사랑 시민연대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점검 대상인 대구 아파트 가구는 어림잡아 30만 가구로, 유지보수 및 안전 점검을 단 한 번이라도 받지 않으면 해당 입주자대표회의는 1년 이하의 징역과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아파트 사랑 시민연대 관계자는 "사고율이 훨씬 높은 자동차도 2년에 1번, 3만·4만 원이면 되는데 엘리베이터 점검엔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드는지 모르겠다."며 "승강기 안전 점검을 담당하는 공기업들은 원가를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탁관리회사에 당하는 아파트 주민들=지난달 동구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불려 갔다. 최고 3, 4년까지 이 아파트에서 일한 경비원 4명이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한 때문. 이 아파트는 경비를 비롯한 모든 아파트 문제를 위탁관리회사에 일임했는데 이 회사가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근로계약 주체를 입주자대표회의로 둔갑시켜 버린 것. 지노위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모든 책임을 지고 퇴직금 400여만 원을 경비원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에 따르면 일부 위탁관리회사는 경비원 퇴직금을 연말에 따로 정산해야 하는데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관행적으로 기존 임금에 퇴직금까지 포함해 매월 지급하고 있다. 또 근로계약 주체가 입주자대표회의로 될 경우 입주민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형편이다.

신기락 아파트사랑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주거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급속히 옮겨지면서 주민 몰래 벌어지는 아파트 부정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더 이상 당하지 않기 위해선 내 아파트 문제를 사전에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아파트 자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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