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호사 피의자 신문 참여제 겉돈다

대구지검 작년 10만건 중 참여 10여건 불과

김모 변호사는 얼마 전 검찰의 피의자 신문에 참여했다가 수모를 당할 뻔했다. 구속된 의뢰인이 조사 내용에 대해 자문을 구하자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했다가 "변호사는 수사에 참견할 수 없다. 수사를 방해하면 퇴장시키겠다."는 협박성 제지를 감내해야만 했다.

이모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신문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아예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담당 수사관들의 태도가 어색한데다가 참여를 강행했다가 혹 의뢰인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결국 참여자체를 포기한 것.

변호인이 피의자의 신문에 참여하는 것은 피의자 인권보호차원에서 법률적으로 보장된 제도지만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002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발생한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가 대책마련차 내놓은 것이지만 실제로 수사관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대구지검의 경우 매년 10만여 건의 사건이 접수되지만 실제 변호인 참여가 이루어진 사건은 극히 드물다. 대구지검 자체 조사에서도 지난 한 해 10여 건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참여해도 사실상 피의자들이 변호사의 자문을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김광룡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더라도 자문을 해주기는커녕 방청객 수준에 불과하다."며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인 만큼 변호인들의 실질적인 신문참여를 인정하지 않는 검사와 수사관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변협 권준호 공보이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인 만큼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아무 제한 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변협은 피의자 신문 참여제도가 유명무실화함에 따라 피의자들의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고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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