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에 철학을 접목시켜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평소 누구보다 '보편적 가치의 추구'가 인간세상사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최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개편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예체능교육의 존재 가치에 대한 문제도 그러한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어느 집단의 손이익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청소년의 미래를 우선적으로 염려하면서 냉정하게 접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한 현대사회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로 가야하고 이를 위해 교육내용 또한 그에 초점이 맞춰 편성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당연하다. 복잡다난한 사회에서의 적응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도 청소년들에게 심도 있는 지식교육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식들이 장래에 건강하고 건전하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심신의 건강과 정서 안정, 그리고 여가의 건전한 이용 등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거론되고 있는 예체능교육의 축소화와 점수없는 평가방법, 즉 평가의 무력화 정책은 미래지향적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청소년 비만에 의한 건강 상실, 정서 불안, 폭력 문제 등은 지식 교육만으로 예방하고 치유되기 어려운 현대사회의 고민인 것이다.
구미 선진국의 예를 들어 일부에서 예체능교육 축소화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 나라의 청소년들에게는 방과후 시간이 보장되어 있고, 예체능활동을 위한 동네의 제반 여건이 학교에 비해 뛰어난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일반 체육시설, 즉 골프장, 수영장, 테니스장, 헬스클럽 등은 사실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시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들의 유일한 놀이터라고 볼 수 있는 동네 농구장 조차 자갈밭 아니면 모래밭 수준이다. 그것도 아파트 주변에서는 소음 때문에, 저녁에는 어두워서 마음 놓고 운동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예체능교육은 학교에서 정과 교과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술과 체육활동의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이 땅의 청소년들이 더 이상 허약해지지 않기를 바라고, 건강하고 활기찬 정신을 갖기를 진정 원한다면 예체능교육의 정상화는 필연적이다.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정보는 이제 상식이 되었고, 최근 미술 ·음악·무용 치료 등의 분야가 주목을 끌고 있는 것도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예능 교육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1-2시간씩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예체능시간 조차 지식 교육으로 전환하여 지식기반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학창시절의 낭만도 간직하지 못하게 해 메마른 인간만 양성하려는 처사이다.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한국체육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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