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안한 마술'에 걸린다…면 생리대 직접 만들기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피가 옷에 묻지는 않을까요?"

"아니예요. 제 주변 사람들은 거의 그런 경험이 없는걸요?"

"아기들 기저귀 천을 사용해보니 핏물도 잘 안빠지고 너무 두껍더라고요."

지난 5일 녹색살림생협 사무실엔 5명의 주부가 모여 앉아 대안 생리대를 만들고 있었다. 이는 '천연생리대 만들기 강좌'. 대안 생리대란 시중에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해서 천연 소재인 면으로 만든 생리대를 말한다. 면 생리대는 흡수가 좋고 천연소재라는 특성 때문에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용된 면 종류는 융. 융으로 만든 생리대는 흡수가 빠른데다 세탁과 건조가 편리해 최근 인기있는 소재다.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보니 시중에 파는 생리대와 모양이 거의 똑같다. 생리대 모양의 종이 본을 응용, 자신의 특성에 따라 크기를 조절해 맞춤 생리대를 만들 수 있다.

양이 많은 날을 위해 천을 덧대 더 두껍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똑닥 단추를 달아 일회용 생리대와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이날 한 주부는 "양이 많은 편"이라며 더 크게 제작하고 있었다.

생리대 만들기를 지도하고 있는 강사 김은영(35·대구녹색살림생협 사업위원장)씨는 벌써 1년 넘게 면 생리대만 이용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사용해보면 시중에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는 더 이상 못쓰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반 생리대 보다 냄새가 거의 없어요. 가방에 넣어 보관해도 냄새가 안나요. 또 피부가 약한 사람들은 생리를 할때 마다 진물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증세도 덜하거나 사라지죠."

사실 일회용 생리대가 출현하기 이전인 수십년 전에만 해도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편리함과 위생을 강조한 일회용 생리대가 일반화되면서 면 생리대는 '불편하다'고 인식돼 점차 사라진 것.

하지만 최근 여성 및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면 생리대 사용하기' 운동이 일어나면서 다양한 재료와 모양의 대안 생리대가 등장하고 있다. 방수천은 물론 숯·황토·치자 등 천연염색 천으로 제작하기도 하는 등 대안생리대도 빠른 진화를 하고 있는 것.

김 씨는 일회용 생리대의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생리대를 새하얗게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표백제가 사용됐겠습니까. 생리대엔 다이옥신·폴리에틸렌 등이 들어있어요. 생리대 제조회사측에선 소량이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가장 연약한 부위에 수십 년간 사용하는 용품인데 소량이라도 위험하지 않겠어요?"

지난해 10월 일부 여성생리대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포름알데히드 검출 논란이 제기된 이후 대안 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불편하냐고요? 전혀 아니예요. 재료로 사용된 융 천은 핏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비누 묻혀서 찬물에 하룻밤만 담궈두면 돼요. 아주 가끔 삶아주기만 하면 되고요."

새는 걱정 역시 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생리대와 비슷한 간격으로 교환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김 씨는 "저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여성들이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데, 새거나 냄새 등의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생리대를 직접 만든 주부들도 대만족이었다. 신지경(33·수성구 수성1가) 씨는 "피부가 약해 생리대를 잘못 쓰면 트러블이 생겨 면 생리대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손혜경(32· 내당동) 씨도 "생리대 하나가 썩는데 걸리는 시간이 50년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딸 둘 키우다 보니 환경 문제도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 딸들에게 권해도 좋을 것 같아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면 생리대는 간단한 손바느질로 1시간여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면 생리대 만들기는 각종 환경·여성운동 단체에서 강좌로 진행되기도 하고 피자매연대(http://bloodsisters.or.kr)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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