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산하] ⑨동해 바닷가

언제부터인가.

뭍의 그리움들이 바다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새끼 잃은 어미의 눈물도, 짝 잃은 짐승의 설움도

바다에 고이기 시작했다.

겨울바다에 가보면, 안다

비늘같은 아픔으로 팔딱이고 있는

숨가쁜 가슴을

그 젖무덤에 스민 숱한 사연들을.

누구나 겨울바다에서

잃어버린 머언 고향의 냄새를 맡는다.

겨울바다를 서성이면

누추한 생애 닳고 닳은 보푸라기가 서럽다.

되돌아 보면

그리움 몇 올이 솔가지에 걸려

웅웅 울음을 뱉아낸다.

저물면서 빛나는 갯바위에 걸터앉아

시린 소주를 마시며

해송의 위로를 안주삼는다.

겨울바다에서

갈매기 울음 한 웅큼 들이키고

무거운 다리를 다시 일으킨다.

겨울 바다는 오늘도

얼지도 못하고, 쉼도 없이

멍든 파도를 헹구고 있다.

글 최세정기자

그림 장이규(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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