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함께 꾸미기, 아파트 방범대, 농촌 마을 자매 결연, 공동 전시회 모임 등 아파트 공동체가 '소통 단절'의 벽을 넘는 우리 아파트 문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복이 자라나는 마을!'은 대구 달서구 월성주공 3단지의 아파트 신 공동체 프로젝트다. 지난해부터 1천482가구의 주민이 함께 모여 꽃과 나무를 심고, 아파트 조경을 환하게 바꾸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지은 70평의 유리 온실은 최대 걸작. 한 달 전부터 500개가 넘는 화분에 카네이션을 키우고 있는데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아파트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 줄 계획이다. 지난해엔 상가 옥상에 화훼하우스를 만들어 2천 개가 넘는 국화 화분을 마련했고, 아파트 계단 입구와 연결해 만든 원형 아치 8곳에는 수세미, 조롱박,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이곳 성영기 관리소장은 "주민들이 직접 아파트 공간을 재구성해 공동체를 체험하게 하는 커뮤니티 활성화 기법"이라며 "주택관리공단과 주택공사로부터 5억 5천만 원을 지원받았다."고 자랑했다.
북구 칠곡그린빌 6단지에는 아파트 방범대라는 신 공동체가 등장했다. 이곳 정주용(50) 방범대장은 "지난해 5월 조직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 자율방범대"라며 "입주민 15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했다. 3명 5개 조로 나눠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는 방범대의 좌우명은 "우리 아파트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매일 밤 1, 2시간씩 주변의 중·고교 하교 시간에 맞춰 집중 순찰하며 아파트 환경 지킴이 역할도 함께 한다. 정 대장은 "일주일에 세 번은 새벽에 불시 순찰까지 하는 대원들도 있어 도둑이 얼씬거리지 못한다."며 "여자 대원 2명도 남자 대원들과 함께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국화 아파트'로 더 유명한 수성구 만촌우방2차 아파트는 문화 신 공동체의 전형이다. 지난 2003년부터 국화 전시회를 벌써 4차례나 열었다. 매년 11월 한 달간 여는 국화 전시회 때는 아파트 입주민보다 주변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든다. 소국, 대국, 분재 등 300~400개의 국화 화분이 전시되고 나뭇잎, 태극기, 지도 등을 형상화 한 국화 전시 기법까지 등장한다. 김영애 소장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모이지 않는 아파트 입주민과 동네 사람들이 국화를 매개로 공동체를 경험한다."며 "모두 가을이 오기만 기다릴 정도"라고 했다.
북구 동화훼밀리 아파트는 아파트 부녀회와 농촌마을 간 자매결연을 통해 신 공동체 공간을 넓혀가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 주민들과 자매결연을 한 이 아파트는 11, 12월 두 차례에 걸쳐 배추 직거래 장터까지 개설했다. 이덕희 관리소장은 "배추값이 폭락했을 땐 200 원 더 비싸게 샀고, 배추값이 올랐을 땐 300 원 더 싸게 살 수 있었다."며 "농촌 마을을 돕고 원하는 농산물도 싸게 살 수 있어 아파트와 농촌마을 간 자매결연이 계속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병두 대구대 사회교육학부 교수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아파트내 친목 모임이나 반상회도 활성화되면 신 공동체라 할 수 있다."며 "과거에 비해 공간적 조밀성이 훨씬 높아졌는데도 이웃 간 소통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아파트 현실을 고려할 때, 공동체 문화는 기능적 관계로만 얽혀 있는 도시 사람들을 인간적 관계로 묶어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