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성년자 '변태 카페'

도덕·안전·안보·신용·환경 不感症(불감증)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리 현상이다. 이 가운데서도 요즘 파괴력이 가장 강하고 경계해야 할 병리 현상은 '인터넷 윤리 불감증'인 것 같다. 모든 게 인터넷으로 통하는 시대여서 '클릭' 한 번이면 넘쳐나는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버 세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이버 세상에서는 順機能(순기능) 못잖게 엄청난 사회적 폐해들이 빚어지고 있어 큰 문제다.

◇몇 년 전 청소년들 사이에 '로리타'가 유행해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성심리학과 성의학에선 어린 소녀에 대한 중년 남자의 성적 집착이나 性倒錯(성도착)을 '로리타 신드롬'이라 부른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아동 포르노'의 隱語(은어)로 통하며, 이런 음란물들이 가히 물결을 이뤘었다. 이처럼 인터넷 윤리는 바닥을 기고 있는데 청소년들은 그런 '음란의 바다'에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변태적인 加虐'被虐的(가학'피학적) 사진이 실린 인터넷 '체벌 카페'를 운영하던 미성년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몇 년 전부터 성인들 사이에 퍼지던 이런 카페가 초'중학생들에게도 확산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지난해부터 경찰에 적발된 417개 체벌 카페 중 무려 20%나 미성년자들이 운영해 왔다니 그 실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어제 초등학생 5명과 중학생 2명이 운영해온 체벌 카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엔 8세 어린이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언니가 만든 카페를 보고 재미있어 따라 만들었다'니 기가 찬다. 지난해 8월부터 이 '찰싹○○' 카페는 부모가 없는 시간에 음란 사진과 동영상 등을 퍼다 사이트에 올렸던 모양이나 부모는 맞벌이를 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다니 悲劇(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변태 카페들은 대부분 변태성 체벌 사이트에 부모 명의로 가입해 즐긴 뒤 호기심이 자극돼 유사하게 개설된 경우라니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이 같은 카페는 歪曲(왜곡)된 성의식과 폭력 조장 우려가 심각하지만 미성년자들은 훈방조치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라고 대내외적으로 자랑하고 있으나 진정으로 그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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