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중학교 단계에서 창의성 교육을 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수업 목표와 연관지어 활동·체험 위주 프로그램을 수행하기가 쉽지만 중학교에서는 교과수업 비중이 커 이런 창의성 활동이 시간 낭비로 여겨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창의성 교육에 대한 이해도도 자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구 불로중학교는 주요 교과목별 수준별 보충·심화 수업으로 창의성과 교과 성적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불로중은 지난해부터 '수준별 창의성 과제 해결을 통한 창의성 신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창환 불로중 교장은 "학생 개인차에 따른 기본, 보충, 심화 학습내용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수준별 과제 해결을 통해 창의력을 높일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용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불로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학년과 2, 3학년을 구분해 창의성 교육을 실시한 것. 1학년은 수학, 영어교과에 한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진행한 반면 2, 3학년은 전 교과를 대상으로 교실내 수준별 수업을 실시했다. 수학·영어 경우 교과협의회를 만들어 수준별 담당 교사를 지정해 지도 방법 등을 정기적으로 토론했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준별 이동수업은 이렇게 이뤄졌다. 먼저 4월초에 자체 진단평가를 실시해 3, 4개의 수준별 반을 편성했다. 각 반은 이후에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새로 편성돼 실력이 오른 학생은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이동 수업반은 교과별로 재미있는 학급 명칭을 부여해 위화감 조성을 최대한 막았다. 영어 과목에서는 'Rose(장미)', 'Lily(백합)', 'Sun flower(해바라기)' 등의 이름을 붙였다. 수학 경우는 '피타고라스', '가우스', '유클리드' 등의 이름이 붙었다.
담당 교사들은 교과 내용을 상·중·하 3개 수준으로 선별해 지도했다. 교과내용에 알맞은 창의성 과제 탐구 학습지를 개발해 학생 활동을 장려했으며 수행평가에서도 동일한 주제로 3단계 수준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지도했다. 2, 3학년 경우에는 영어, 수학 뿐 아니라 국어와 미술, 과학교과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모아 모둠별로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발표를 통해 학습내용을 정리하도록 했다.
가령 2학년 국어교과에 나오는 '삶과 갈등' 단원의 '육체미 소동'. 수준3에서는 작품 속 장면 중 하나를 정해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게 했고, 수준2에서는 작품 속 등장인물에게 편지를 써 보게 했다. 수준1에서는 작품 속 인물의 행동을 비판해보도록 했다. 3학년 수학에 등장하는 피타고라스 정리 시간에는 전통 칠교판을 적용해 이해를 도왔다. 지도 교사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칠교판 놀이의 유래를 소개하고 색종이를 이용해 직접 칠교판 놀이를 하도록 도왔다. 마지막에는 칠교판 놀이에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해 각 변의 길이를 계산하도록 했다. 성취감을 돕기 위해 학생들이 만든 작품은 교내에 전시했다.
영어과에서는 A4용지에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그림'을 그려오게 한 뒤, 영어 문장으로 동네를 설명하게 하거나 학교 주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영어로 써보게 했다. 과학과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참여와 활동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3학년 체세포 분열과정 단원 경우 그림이나 모형을 만들어봄으로써 염색체 분열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학생들은 모둠별로 만들고 싶은 염색체 모형을 2n=6(수준 '상'), 2n=4(수준 '중'), 2n=2(수준 '하') 등 수준별로 선택하도록 했다. 또 염색체 분열과정은 e스터디 자료를 활용해 교과서 내용을 보충했다.
이 교장은 "동일한 주제의 수준별 과제를 학생 개인 수준에 맞춰 선택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과제물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학생 모두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다소 지루한 교과내용의 경우 만들고, 그리는 조작활동을 통해 학습효과와 창의성을 함께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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