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습관이 밑받침이 되자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 나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던 습관은 영재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이어졌으며, 지금도 홈페이지에 관찰 결과나 인상 깊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생각과 관심에 귀를 기울였다. 어릴 때는 질문이 너무 많아 모두 받아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기보다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여 돋보이려 하는 경향이 많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뜻을 주지시키며 겸손의 미덕을 가르쳤다.
성격이 온순하고 차분해서 일상생활에 대한 잘못은 이해시키고 조언을 하면 바로 "네" 하고 잘 따랐다. 하지만 학업에 관한 한 미심쩍은 부분이 생기면 끝까지 밝혀 바로잡는 집념을 보여 주위를 당황하게도 했다. 학년이 바뀔 때는 새로운 환경과 상황들에 접하게 되는데, 대화를 하고 의논하면 어떤 결정이든 쉽게 해결이 됐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전 과목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날짜에 따라 어떤 과목을 공부할 것인가를 의논한 후 아이가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결정에는 책임감이 생겨 스스로 학습 스케줄을 잡아 체계적으로 공부해 나갔다. 어떠한 과정도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화에는 인색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다음으로는 학교 생활에 최선을 다하도록 했다. 학생으로서 기본이 되는 학교 생활을 성실히 했을 때 상급학교나 사회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에 학교 생활을 중요하게 가르쳤다. 빠른 지식 습득으로 자칫 학교 수업에 소홀하게 돼 또래 집단에서 적응을 못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학교 수업에 충실한 다음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게 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예습, 복습을 한 뒤 자유롭게 생활했다. 자유시간에는 수학, 과학 관련 전문 서적을 주로 보았는데 독후감을 쓸 정도로 숙독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현대 수학자의 여행'이라는 책을 접하고 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10여 차례 읽어내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 수업과 자신의 공부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줄곧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모범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내 아이에게 맞는 공부 방법과 진로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마다 다른 재능과 특징이 있다고 본다. 일찍 발견해서 계발시킬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 아이들도 커가면서 변하듯이 공부도 정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법을 따르기보다 내 아이에게 맞는지 살펴보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지, 학원에 보내고 있다면 실력이 늘고 있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도움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맞는 방법을 선택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꼭 필요한 지도 외에는 스스로 해결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진정한 실력으로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우리 종욱이에게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꿈을 펼쳐 주었기에 어느 누구보다 행운을 가져다 준 학교이다. 훌륭한 선생님들의 지도로 놀랄 만한 실력 향상을 가져왔으며 지식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오보에 연주자로서 음악적 재능도 키워주었고, 봉사활동을 통해 인성을 겸한 교육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더욱 열심히 노력해 미래 한국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과학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글을 쓴 박혜경 씨의 아들 김종욱 군은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대통령 장학생으로 카이스트에 진학했습니다.
※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기 원고를 기다립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 어려웠던 부분,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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