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6시 30분쯤 영천시 신령면 S요양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던 형집행정지자 이모(46) 씨 탈출 사건은 강력 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강도강간죄로 12년형을 선고받은 뒤 청송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올 1월26일 형 집행정지를 받아 이 요양원에 입원했으며, 불과 보름여 만에 달아났다.
그는 강도강간죄로 12년형을 받은 중범죄자인데다 형기를 불과 1년여밖에 채우지 않아 도주 등 정황이 충분해 철저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했지만 청송교도소측이나 신병인계를 받은 병원, 경찰서 모두 이를 간과했다.
이 씨가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과정과 도주(이탈) 부분은 의문 투성이이다. 그의 병명은 원인불상의 고열로 나타나 있다.
형사소송법상 형집행정지의 사유는 ▷70세이상 ▷직계비속이 나이가 어려 보호할 친족이 없을 때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일 때 등 극히 제한적이다.
40대 남자가 수감생활이 어려울 만큼 아파 형집행정지 요양판정을 받으려면 거의 운신이 불가능해야만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달아날 힘이 없는 중증환자라야 형집행정지가 내려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씨는 교도소 내부에서 고열환자로 판정받은 뒤 서울과 안동지역의 병원들을 다녔으며, 일반병원에서는 장기간 입원을 할 수 없게 되자 3개월 이상 장기간 치료받을 수 있는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요양 중 철저히 자신을 숨기면서 탈출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관계자는 "전혀 흉악범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양원에 온 후로 병원 안팎의 청소와 궂은 일은 도맡아 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커피 심부름까지 앞장서 오히려 주변의 동정을 살 정도로 근실한 모습을 보이며 주위를 안심시켜 나갔다.
이렇게 철저한 위장으로 병원과 경찰 모두 안심시킨 뒤 불과 보름만에 병실에 요양 중이든 한 환자의 휴대전화로 택시를 불러 유유히 달아난 것이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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