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월부터 새 소방법…"비용 부담" 업소들 버티기

법 개정후 3년간 대구 37%만 교체

노래방, 찜질방, 유흥주점, 고시원 등 다중이용업소의 내부 시설물을 방염처리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등을 의무화한 새 소방법 적용을 앞두고 대상 업소들이 경비 부담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유흥주점. 지하에 6개의 방이 있지만 소화기나 비상용 손전등을 갖춘 방은 없다. 비상구도 없고, 목재 문은 방염처리가 돼있지 않다. 비상계단은커녕 입구와 연결된 좁은 계단이 유일한 통로다. 작은 문이 주방을 통해 나 있지만 찬장과 식기를 이리저리 피해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

중구의 한 대형 단란주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하 45평 이상 업소가 갖춰야 할 간이 스프링클러도 없고 화장실 옆의 비상구는 80~90cm 가량의 좁은 계단을 통해 연결돼 사람들이 몰릴 경우 대책이 없어 보였다.

이들 업소들은 6월 초부터 시작되는 새 소방법 적용 시한에 맞춰 시설을 고쳐야 한다. 지난 2004년 개정된 소방법에 따르면 이들 다중이용시설은 비상구와 비상벨,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이 개정된 지 3년이 다 되도록 상당수 업소는 비싼 설치 비용을 이유로 외면했다. 업계에서는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데 800만~1천500만 원이 들고, 방이 5~7개일 경우 목재로 된 내부를 방염 처리하는데도 200만 원 이상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동구의 한 고시원 관계자는 "소방 시설을 갖추려면 건물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하는데 도저히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소방법이 시행돼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구 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의 소방법 적용 대상 업소는 모두 3천894곳. 노래연습장이 983곳으로 가장 많고 일반음식점 704곳, 유흥주점 566곳, 휴게음식점 566곳, 고시원 32곳 등이다. 그러나 1월 말 현재 소방시설이 완비된 업소는 37%에 지나지 않는다.

해당 업주들은 아예 벌금을 내거나 문을 닫아버리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노래연습장 업주 박모(55) 씨는 "65평 규모의 가게에 소방시설을 갖추는데 1천만 원이나 든다."며 "장사가 안돼 가게까지 내놓았는데 추가 비용까지 들여 공사를 새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업종에서는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구시노래연습장업협회는 오는 14일 오후 1시 대구 소방본부 앞에서 업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미 허가가 난 기존 업소까지 개정 소방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소방시설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든가 제외 대상을 확대해 주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 소방본부 관계자는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비상구나 피난로가 없을 경우 대형 인명 피해 사건으로 이어져 엄격한 법 적용이 불가피하다."며 "업소마다 담당 직원을 배치하고 업주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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