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執着

축구 선수 호나우두(31)가 어제 AC밀란 팀 데뷔전을 치렀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경기가 특히 관심 끈 것은 그가 며칠 전 헐값 거래된 후 처음 움직임을 드러내는 탓이었다. 4년 반 전 레알 마드리드로 옮길 때의 이적료는 무려 550억 원이나 됐지만 그 팀을 떠나오던 이번의 대가는 겨우 92억 원이었다. 세계적 스타로서 자존심 상하겠지만, 그 사이 세상은 변했고 그의 가치 또한 그렇게 달라졌던 모양이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3시즌 연속 60홈런을 때린 스타가 새미 소사(39)이다. 하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170억 원이나 됐던 그의 연봉도 올 들어 4억 7천만 원대로 폭락했다. 게다가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 리거로 강등까지 됐다. 텍사스 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이다. 이를 두고 소사는 "시작한 곳에서 끝내고 싶(어서)"라 말했다고 하나 그게 이번 '굴복'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어 보인다.

◇박찬호(34)의 최근 이적 조건을 두고 말들이 많다. 당초 알려진 연봉은 300만 달러였지만 실제 보장된 것은 아주 적다고 했다. 300만 달러를 받으려면 199이닝 이상을 던져야 하나 그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4시즌의 활동상을 대입하면 기껏 60만 달러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와 있다. 소사 것보다 1억 원가량 많은 그 액수는 이번에 보장된 기본 연봉이다. 한창때 그가 받던 연봉은 1천만 달러를 넘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호나우두는 "가슴 아프지만 이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새미 소사는 작년에 뿌리쳤던 같은 액수의 연봉을 이번에 받아들인 것으로 봐 일 년여 속앓이를 심하게 했을 터이다. 박찬호 또한 기꺼이 이번 계약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들린다. 해가 솟아오를 때의 기운도 좋았지만 석양 또한 그것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성숙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스타들에게서는 앞으로 연봉 크기가 아니라 바로 이런 점을 주목해야 하리라 싶다.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랐다. 만에 하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집착한 탓이 아니길 바란다. 집착은 모든 화의 근원이라 했다. 세상 만사 만물에는 생멸 성쇠가 있고 만날 인연이 있으면 떠날 인연도 있는 법, 가는 걸 억지로 붙잡으려 들었다가 생명을 거스르게 될까 두렵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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