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저임금제 후 아파트 잇단 범죄 부작용 속출

방범 취약 틈타 방화·절도 등 기승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제가 적용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근로시간 조정에 나섰던 아파트 단지마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에게 휴게 시간을 준 아파트단지의 경우 방범이 취약해지고 우편물이나 택배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을 조정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비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근로시간을 이전처럼 돌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곡동 한 아파트 9~10층, 3~4층 계단 사이에서 잇달아 불이 났다. 누군가 계단 중간에 쌓아둔 신문지와 박스에 불을 내고 달아난 것. 대낮에 대담한 방화가 가능했던 건 해당 라인에 경비원이 없었던 탓도 이유였다. 이 아파트는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초부터 경비원 수를 절반 가량 줄였고 화재경보기가 울린 뒤에야 다른 초소의 경비원이 도착해 불을 껐지만 아파트 입구에는 CCTV조차 없어 경찰은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앞서 8일 새벽에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짙은 선팅을 한 고급승용차 6대의 뒷유리가 깨진 채 발견됐다. 지하주차장이 아닌 아파트 주차장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역시 현장엔 경비원이 없었던 것. 이 아파트의 경우 올 초부터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전 1~6시까지 경비원에게 휴게 시간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를 당한 한 주민(61)은 "경비원 최저임금제 적용 이후 이 시간대에 경비원이 없다는 것을 알고 범행을 계획한 것 같다."며 "도둑이 들지도 모르는 새벽 시간에 경비원은커녕 입구에 CC TV도 없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수성구 상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벽돌로 차량 유리창을 깨다 경보음이 울리자 달아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근 지구대에서 각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방범 상황을 점검하고, 단지 안까지 순찰차가 들어가 감시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1월말 이후 경비원 휴게시간을 조정한 아파트 단지는 22곳. 이들은 중·석식과 야간 등 2~7시간까지 휴게 시간을 주고 임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수성구 수성동 S아파트의 경우 경비원들에게 중·석식 1시간과 야간 3시간 등 5시간의 휴식을 주고 있으며 동구 율하동 K아파트도 정문 2명, 후문 1명이 격일제 근무, 9개 초소는 주간에만 12시간을 근무한다. 이 때문에 우편물이나 택배 물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경비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택배가 도착하면 경비 초소에 놔둔 채 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수성구 시지동 한 아파트 주민은 "설밑 명절 선물의 택배가 많지만 경비원이 없는 사이에 물건을 두고 갈 때도 있어 잃어버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근로시간을 예전 방식으로 돌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관리비 부담이 만만찮아 고민 중이다. 수성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돈 보다는 안전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달 말쯤 다시 설문조사를 해 경비원 근로시간 조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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