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가수 김현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서울에서 볼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볼일이 있으니까 대구에서 뵙죠." 가수 김현철하고의 인터뷰 약속은 이렇게 전화로 시작됐다.

인터뷰 약속을 일주일을 남겨놓고 9집 앨범까지 그가 부른 대표곡들을 다시 들어봤다. 노래 속에 그의 음악인생 18년의 세월이 그대로 녹아들고 있었다. 우직하게 한길만 걸어온 세월.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 노랫말 속에 실려오는듯 했다.

개구쟁이처럼 맑은 미소가 갈색 뿔테 안경으로 인해 좀더 선명해 보이는 그를 만났다. 고시원에서 공부에 파묻혀 살다가 커피 한 잔 마시러 세상 밖으로 처음나온 사람처럼 수줍어하면서 차분하게 말문을 열었다. "음악은 시와 같아요. 그래서 세상과 노래로 얘기하고 싶어요." 그는 세상과 싸우고 그 속에서 이기기 위해 노래를 만들고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세월동안 하나둘씩 세상에 내놓은 곡들에 대해서 자식과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제가 세상에 내놓은 노래들인데 특별하게 마음에 드는 좋은 곡이 있다면 안 되죠. 전부 제 자식들인데, 똑같은 마음으로 내 노래를 사랑해야죠. 물론 평가와 듣는 분들에 따라 선호하는 차이들은 있으시겠지만 그건 제 몫을 떠난 거잖아요. 좋은 음악만을 만들고 부르고 싶죠. 자식한테 순서를 매긴 다는 건 너무 잔인한 짓이죠." 듣고 보니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그는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

"컨셉을 정해놓지 않아요. 매우 위험한 발상이죠. 뭔가 정해 놓는다면 자유롭지를 못하잖요. 제 마음이 어떤 것을 담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그는 곡을 만들거나 작사를 할 때 그때마다 떠오르는 영감을 갖고 만든다고 말한다. 번득이는 그의 음악적 영감의 깊이는 늘 좋은 음악으로 가까워지려고 곡을 담고 가사를 쓰는 셈이다.

그는 한계가 없는 음악을 추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림을 보면 사람에 따라 그림의 느낌과 깊이가 달라지듯, 음악도 같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비슷하게 들리는 노래 마저도 모두 다른 색깔과 옷을 입고 있다고 했다. 이 옷은 김현철이 만든 것이 아니라 든는 사람이 다시 입혀 놓은 옷이다. 그는 "노래가 좋아 곡을 만들고 부르다 보면 자연스레 좋아해주시기 때문에 억지로 멋을 부리고 기교를 넣는 양념도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도중에 MBC '만원의 행복'팀이 촬영이 한창이다. 옆에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잠시 틈을 타서 그의 얘길 들려준다. "만원의 행복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세요. 그리고 평상시에는 얼마나 개구쟁이 신데요. 까르르르~." 그리고는 그가 다시 말을 받는다.

"제가 음악을 음악답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3집 때부터였어요." 의외의 말이었다. "그때까지는 저의 음악적 재능만 믿고 취미로 했다면 4집부터는 진정한 음악인이 되고 싶어졌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게 음악뿐인 거예요. 그래서 평생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 갈 거면 더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곡을 썼어요."

가수로서도 성공한 그한테 성공의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물었다. "성공의 의미의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세상 밖으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성공 했다고 할 수 없는 거구요. 중요한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껴요. 앞으로 해야 할일들이 태산같이 있는데 그 일들을 다 해놓으면 제가 생각하는 마음으로는 성공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평생 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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