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 탄생·생물 진화의 신비를 한 눈에'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사납고 재빠른 육식공룡과 크지만 둔한 초식공룡이 서로 포효하며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의 치열한 현장이었던 공룡의 시대. 4층 건물 높이만한 키에 몸무게 80톤의 거대한 공룡이 뒤뚱거리며 활보하던 그 때의 지구는 어땠을까.

우주 빅뱅 이후 성운들의 수축과 빠른 회전 가운데 형태를 갖춰가던 지구 탄생과 그 역동적인 대변화 속에서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 만들어진 광물과 암석들….

이후 한참을 지나서야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하나의 단세포가 진화와 멸종이라는 거대 사이클을 겪으면서 하늘과 바다와 땅으로 영역을 넓히더니, 마침내 인간을 포함해 현재의 생태환경을 이루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문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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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레 포기는 말자. 먼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표본들을 수집, 전시, 보존, 연구하는 자연사박물관이 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실물크기의 초'육식 공룡과 맘모스, 희귀곤충류, 해양생물, 600년 전 미라 등이 한데 어울려 지구 탄생의 비밀과 생물의 진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충남 공주시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복원된 공룡 뼈대와 우주 비밀을 담은 운석, 땅 속 깊숙이 있었던 광물과 암석들, 생물의 조상격인 삼엽충과 암모나이트 화석 등은 살아있는 자연과학 교육장이 되고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계룡산 국립공원의 장군봉 아래에 자리 잡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현관에 들면 길이 25m, 높이 16m의 거대한 공룡 뼈대가 방문객을 맞는다.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발견된 초식공룡인 청운공룡(별칭·계룡이).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이 미 캔사스대학 팀에 연구비를 지원, 발굴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복원한 표본이기 때문에 친숙한 우리말 이름이 붙었다.

한 개체에서 진품골격이 85%이상 발굴되어 세계 최고의 진품률을 자랑하며 살았을 당시 몸무게만도 80톤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상에 뼈 채로 조립돼 서있는 공룡 중 3번째로 큰 희귀공룡이다. 전시품은 점토를 구워 만든 복제품으로 청운공룡 옆과 뒤에는 주라기 시대 가장 무서운 육식공룡(알로사우러스)의 뼈대도 함께 있다.

대개의 공룡화석은 사람의 눈에 띄기까지 오랜 시간과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같은 화석화과정에서 특정지질시대의 공룡들은 당시의 생태를 알 수 있는 다른 화석물과 함께 발견된다. 초식공룡의 어깨뼈에 박힌 채 발굴된 육식공룡의 이빨 표본은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공룡화석의 발굴과정을 설명하는 도판과 표본, 실물크기의 공룡모형을 통해 중생대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 우주의 탄생과 운석

아득한 과거. 생생했던 공룡시대의 재현에 이어 '생명의 땅, 지구'관(2층)에는 우주의 탄생부터 지구의 출현,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와 그들의 진화와 멸종, 지각 형성 때 생긴 수많은 광물과 보석류, 우주에서 날아 든 운석 등 거대한 자연사의 변천과정이 펼쳐진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현존하는 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큰 흰긴수염고래의 척추와 아래턱, 어깨뼈의 진품표본.

척추뼈 한 마디는 아름드리 통나무와 맞먹는 크기이며 아래턱은 5m정도이다. 1만 년 전 시베리아와 유럽에 살았던 맘모스와 동굴사자, 동굴곰의 진품골격도 볼만하다. 골격은 현재의 사자와 곰의 덩치보다 훨씬 더 컸음을 짐작하게 한다.

관람객이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철 운석(146kg)은 손에서 비릿한 철 냄새가 배어나게 했다. 97%의 철과 3%의 니켈로 이뤄져 지구 중심부의 지질과 동일한 성질을 띠고 있다.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운석은 1년에 1억 여개. 이 중 땅에 도달하는 것은 채 7개가 되지 않지만 과학자들에게 운석은 우주의 비밀을 캐는 중요한 실마리이다. 우주와 은하의 생성을 일목요연하게 그린 도표 옆에 행성과 운석이 충돌했을 때 생기는 신물질인 '테크타이트'는 평소 볼 수 없는 진기한 광물중 하나이다.

지진의 세기에 따라 녹색(3도미만), 노랑(3~5도미만), 분홍(5도 이상)점으로 표시한 한반도 지진 분포도도 관심을 끈다. 대구와 경북지역에 의외로 많은 점들이 찍혀 있다.

우주 상공에서 바라본 지구 모습을 재현한 지구본인 '스피어'는 관람객의 시선을 성층권 밖으로 옮겨놓는다.

▲ 수많은 생물종의 화석들

또 한 편에 전시된 고'중'신생대 생물의 화석들은 수많은 생물종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코너이다. 고생대 지구를 덮었던 삼엽충은 솥뚜껑만한 판석에 여러 마리가 엉켜 돌로 굳어져 있고 중생대의 암모나이트는 두족류의 조상답게 다양한 크기로 관람객을 맞는다. 신생대에 접어들면 공룡의 전멸로 지구상에는 수많은 포유류가 주인공으로 등장, 현재까지 개체를 확산해 왔음이 눈길을 끈다.

특히 향유고래 뼈에 얽힌 사연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계기가 된다. 죽은 꼬마향유고래가 배를 가르자 그 속에서 폐비닐과 같은 썩지 않는 폐기물이 가득 나왔다는 게 안내를 맡은 학예사의 설명이다. 결국 이 고래는 폐기물이 가득 차 배고픔을 느끼지 못한 까닭에 굶어 죽은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점차 사라져 가는 산호, 멸종위기에 놓인 우리나라 어류, 외국의 곤충 등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희귀표본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지구 자연사 시계로 보면 인간은 11시 59분쯤에 나타났다. '자연과 인간'(3층)관은 식물과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곳이다.

약용, 염료, 향료, 유료 식물 등 식물의 분류방법을 도표로 구분돼 있고 귀중한 토종식물의 표본을 구경할 수 있으며 생명탄생의 신비를 보여주는 영상관은 인체 세포의 기능과 역할을 배울 수 있는 시청각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또 이 곳에는 600여 년 전 조선시대 초기 학봉미라를 비롯한 두 구의 미라가 전시돼 있다.

이 미라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 미라와 달리 두 겹으로 제작된 관의 특성에 의해 자연적으로 시신이 건조됐다. 이 때문에 눈의 흰자와 검은 동공까지 선명하게 구분이 될 정도이다.

현대의학 장비를 통해 조사한 결과 학봉미라는 왼쪽 폐에 질환이 있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나이는 40세 전후인 것으로 밝혀졌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46억 년 전 지구 탄생 이후 이 땅에서 살다가 사라져간 수많은 생물과 종의 탄생과 활동, 멸종의 과정을 통해 자연과학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자연사박물관은 귀중한 자료와 표본을 채집, 연구하는 기능과 이를 통해 대중에게 자연과학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기능이 있다.

2004년 9월에 개관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고 이기석 박사가 40여 년 전부터 수집한 표본과 사재를 들여 설립됐다. 연건평 4천평에 전시공간만도 2천500평으로 약 5천여점의 표본들을 전시하고 있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소장한 25만 여 점의 표본들은 3개월에 한번씩 교체하며 청소년을 위한 주말교육프로그램과 일선교사를 위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및 매달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과학세미나도 열고 있다. 관람료는 어른 9천원, 초중고생 6천원 (20인 이상 할인).홈페이지:www.krnamu.co.kr.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유성IC를 나와 공주'계룡산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약 10여분을 달리면 나오는 박정자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후 만나는 첫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 약 700m를 더 가면 정문이 보인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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