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가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12월19일 수요일이 대선일이다. 정당별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은 안개속 상황. 아침에 바뀌고 저녁에 변하는 것이 민심이다보니 유력 후보가 됐다고한들 마음 놓을 형편일리 만무다. 그래서 선거판에 뛰어든 사람은 피가 바짝바짝 마르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만큼 흥미진진한 빅 이벤트도 없는 것이다.
승부가 있으면 예측이 있고, 예측에 앞서 예언이 난무한다. 나름대로 지지율 및 당선 가능성 등을 분석한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 예측이라면, 예언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예언을 하는 사람이 주관적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주관적이라는 풀이다. 예언의 근거는 다양하다. 신령님일 수도, 사주팔자일 수도, 풍수나 관상일 수도 있다. 믿고 안믿고는 본인 몫이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누군가는 족집게로 이름을 드높일 것이고, 누군가는 작은 변수로 예언을 그르쳤다며 핑계를 찾을 것이다. 각종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이번 대선 예언을 들어보자.
◇ '동쪽에서 귀인'형
좋게 말하면 천기(天氣)를 가벼이 흘리지 않는 것이고, 솔직한 느낌을 말하자면 두리뭉실형이다. 김대중, 노무현 당선을 맞췄다는 한 무속인은 백령도에서 기도를 통해 예언을 얻었다며 "나의 신령님은 친미'반미가 아닌, 미국을 정말 잘 알고, 잘 요리할 수 있는 지미(知美) 세력(정당)이 천하권력을 얻는다고 하십니다. 호남과 영남의 민심을 통합해서 사로잡는 인사가 다음 대통령에 유력할 것이라고 하십니다."라고 했다.
무속인 이모씨는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씨가 후보로 나오지만 반전을 거듭하다 기존에 알려진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돼 정권을 재창출한다."고 예언했다.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최근 에세이집 '인생상담'에서 "야권에서 분명히 목(木)성이 대권후보가 되고, 지지도도 아주 높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광화문을 중심으로 남쪽지방 출신으로 집 주변에는 강과 저수지, 집 앞에는 맑은 우물이 있고, 명문학교를 나온 재상 집안의 사람이 대권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술에서 목성이라 함은 성씨에 기역(ㄱ)이나 한문의 나무 목(木) 변이 들어간 경우를 말한다. 이명박일 수도, 박근혜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 박근혜 당선 예언
빙의(憑依) 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자비정사 묘심화 스님은 박근혜 후보를 지목했다. 그는 "청와대는 큰 남성산인 삼각산, 작은 남성산인 북악산에 둘러싸여 있다. 남성산에 둘러싸인 그곳에 여성 지도자가 안착해야 비로소 지천태, 태평스런 조화의 시대가 열린다. 정치는 저절로 잘된다. 지금이 바로 미륵, 여성 미륵이 탄생할 시기다. 바로 박근혜 씨다."라고 했다.
한국성명학회장'국제관상학회장인 김광일씨는 "야권에서는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의 최종 대결이 예상된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이름에 두 그루의 나무를 심은 박 씨가 물을 충분히 빨아올리며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청화학술원을 운영하는 역술가 박청화 씨는 "정감록 등에 비춰 보건데 여성 운기가 강하고 그런 징조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역술인 남덕 씨는 "이명박은 운세상 이제 끝났다."며, 그 이유로 "이 전 시장이 기독교신자이기 때문에 불교계의 반발이 예상되고,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속계 고수로 꼽히는 나랏무당 총각박수는 "이명박 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대통령이) 못 된다. 박근혜 씨가 나온다면 90%는 된다."고 했다.
◇ 이명박 당선 예언
김봉준 태을학회장은 "대운(大運)은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 두 사람 쪽으로 몰리고 있다. 다만 박씨는 지도자의 힘이나 자질보다 한마디로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 후보라고 하겠다. 현재의 후보군 중 가장 유력하게 시대의 대운을 타고 가는 이는 이명박 씨다."라고 단언했다. 다만 청계천을 직강(直江'곧게 흐르는 강)으로 열어젖힌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덧붙였다.
또 화풍정 화풍정역학연구소장은 "새해는 한마디로 바람의 해다. '운종룡풍종호'(雲從龍風從虎)라, 바람은 호랑이를 쫓아가게 마련이다. 바람의 끝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물, 곧 이명박 씨 쪽으로 불어갈 것으로 점쳐진다."고 했다.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박근혜 씨는 큰 물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큰 일을 해냈다기보다 상대방이 못해 이름을 얻은 경우에 속한다. 자기 사주와 이름에 큰 물을 지니고 큰 일을 능동적으로 해내는 유일한 사람은 이명박 씨다. 현재로서는 이씨가 유력한 지도자의 기운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역술인 김성태 씨는 "물이 나무를 타고 오르는 형상이다. 나무를 타고 오른 물은 주변에 좋은 학자들을 많이 거느리고 정책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다. 시기상 단정할 수는 없어도 물의 기운이 좋은 이명박 씨가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라고 했다.
◇ 손학규 당선 예언
무속인 심진송 씨는 대권 주인공으로 손학규 씨를 예언했다. 지난 2005년 12월 그는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현재 주자들 중 희귀성을 가진 사람이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개월 전부터 확실히 내 머릿속에 손학규 씨가 차기 대통령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덧붙여 심 씨는 "점을 찍어서 보면 바로 손 지사 옆에 항상 이명박 씨가 붙어있다. 이 씨가 손 씨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여권 대권주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어떤 후보라도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예언과는 다르지만 소설가 김진명씨는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통해 손학규 씨의 당선을 예상했다. 소설상 손학규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스토리 전개상 선거 시나리오가 성공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여권 후보 당선 예언
현재 역술인들 중에 여권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 네티즌은 무속인 심진송씨가 백두산에서 제를 올리면서 보았다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마치 탄광에서 나온듯한 초췌한 모습의 차기 대통령은 손학규 씨가 아니라 정동영 씨의 모습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다.
꿈에서 보여준 모습은 외모가 아니라 심리상태를 보여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예언서 '송하비결'은 이번 대선에 대해 의외의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송하비결을 해석하는 이들은 정해(丁亥, 2007)년은 2월부터이므로 병인(丙寅, 2006)년 여론조사에 등장한 대선주자들 중에는 대통령이 없다고 본다. 즉 박근혜, 이명박, 고건으로 지칭되는 당시 '빅 3'로 불리는 대권주자들이 대권을 거머쥐기 힘들다는 것. 이를 두고 정동영 씨의 부각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 예언은 예언일뿐
재작년말 유명 역술인 이모씨는 2006년에 대한 국운을 예언했다. 요점만 추려보면 이렇다. '2006년 환갑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이 예전 인기를 되찾고 주변 조력도 수월해진다.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지난 재·보선 완패의 충격에서 벗어난다. 개헌론이 최대 변수가 돼 정치권은 4년 중임제로 가닥을 잡는다. 김근태 씨는 유력한 대권 후보로 입지를 다지게 된다.
박근혜 씨는 한나라당 최종 후보로 나서게 된다. 손학규 씨는 내내 편치 않을 기상이며, 이명박씨는 당내 중진인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일단 한 해가 지난 시점에서 보면 얼핏 봐도 전혀 엉뚱한 예언이 되고 말았다. 다른 역술인은 이미 대권 도전 포기를 선언한 고건 씨가 가장 강한 대권 기운을 함축하고 있다고 올해 예언을 내놓았다. 예언은 예언일 뿐인데도, 예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